김정은 정권의 오늘과 내일
류길재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김정은의 리더십 구축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할 당시만 해도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로부터 5개월여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그러한 의구심이 기우였음이 입증되고 있다.
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노동당 1비서,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 위원장에 오르고, 최고인민위원회 제12기 5차 회의를 통해서는 국방위원회 1위원장에 올랐다. 1비서나 1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실상 총비서와 위원장직을 의미하는 직함에 오른 것이다. 북한에서 이러한 직함을 다른 누가 갖는다면 그것은 북한체제 자체가 급격한 변동에 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정일 사망 이후 미디어를 통해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는 자신감 있는 태도, 친화력 있는 제스처, 공개적인 언행 등은 김정은이 권력의 중심임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더욱이 최룡해의 급부상은 김정은의 친위대가 군부를 포함하여 북한의 권부를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좌로 이해된다. 북한 역사에서 김일성 가문을 제외하고 최룡해처럼 단번에 고속 승진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룡해는 당비서 겸 정치국 위원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군 총정치국장,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보임되면서, 그야말로 당·정·군의 최고위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명실상부한 2인자인 셈이다. 게다가 그는 군 출신도 아니면서 군의 정치 사업을 지휘하는 정치국장이 됐다. 과거에는 이와 같이 군 출신이 아닌 사람이 정치국장이 되는 일이 없었다. 말하자면 이런 파격이 가능한 것은 김정은의 권력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견상 드러나고 있는 김정은의 리더십 구축이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와 동일시될 수 있는 걸까. 분명히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이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같이 수령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면 정권의 안정성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 그 이유는 1970년대 초 이래로 40년 넘게 북한 정치체제는 오직 한 사람의 수령에 의해 통치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아무리 권세가 세다고 해도 그들은 수령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도록 길들여져 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김정은 정권이 극복해야 할 도전은 세 가지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위직 인사개편의 후속 작업으로서 중하위직 인사개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룩할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이다. 두 번째 과제는 북한이 봉착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 해소이다. 시장화가 만연하면서 부패와 양극화 현상은 주민들의 불만을 확대시키고 있다. 결국 국가의 공급이 정상화되어야 하는 데 이는 개혁개방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세 번째 과제는 국제사회와의 관계 설정이다. 지금처럼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 위협을 지속한다면 중국도 대북지원을 계속하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간부사업, 사회경제 정책, 대외정책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