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포기 의사 없는 北과의 核회담

홍관희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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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희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한이 핵문제를 의제로 남북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먼저 남북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核회담을 열고, 미북접촉을 거쳐 6자회담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핵문제를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분리한다는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이 만난다는 데 나쁠 게 없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선 남북 간에는 1991년 합의된 「비핵화공동선언」이 있다. 북한의 핵 무장은 이에 대한 위반이다. 물론 세계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이다. 2011년 들어서서 북한은 소나기처럼 대남 대화공세를 펼쳐왔지만 지난 2월 8일 군사실무회담과 3월 29일 백두산 화산 회담에서 보여진 것처럼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기에 이번 남북 핵회담 역시 그들의 상투적인 대화공세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핵논의를 매개로 중국과 북한이 함께 대남 평화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북한은 핵문제를 두고 남한과 협상하기를 완강히 거부해 왔다. 그들은 핵문제가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닌, 미북 간의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6자회담이 개최된 와중에서도 북한은 미북 접촉을 통해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빅딜하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곧 핵문제 해결을 매개로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기도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관계는 올스톱됐고 국내여론 악화로 북한은 수세에 몰리는 국면에 처하고 있다. 국내 대북여론이 크게 악화되면서 일체의 대북지원이 중단되었다. 더욱이 천안함 폭침이후 범행 주체를 놓고 갈팡질팡하던 한국여론이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북한 비난 및 대북압박 지지 쪽으로 선회하고 있고 국민의 안보의식도 크게 함양되고 있다. 북한 추가도발에 대비한 군 당국의 방위태세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를 열어 분위기를 ‘안보’보다는 ‘평화’ 쪽으로 반전(反轉)시켜 보려는 것이 북한의 속내다. 중국 역시 ‘천안함·연평도’ 이후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 연합훈련 강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의 남남갈등이 심각함을 잘 알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있었던 6.2지방선거에서 한국여론이 ‘전쟁’과 ‘평화’의 2분 구도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흘렀던 상황을 중국은 충분히 활용하려 했다. 한반도 전략에서 전격적으로 북한지지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이다.

이번에 중국이 앞장서서 핵문제를 의제로 삼아 남북대화를 재개토록 하고 이어서 6자회담으로 가도록 한반도 정세를 유도하려는 것은 새로운 ‘위험’의 시작일 수 있다. 핵문제를 의제로 삼자는 명분은 쉽게 거슬리기가 어렵다. 바로 여기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제반정황으로 보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번 남북 간 핵회담이 중국과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의 일환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부당국은 북한 측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회담결렬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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