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합의 이행의 구조적 제약

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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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남과 북이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대치국면을 풀고 ‘8·25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8·25합의가 만들어짐에 따라 지난 시기 켜켜이 쌓인 갈등 에너지가 무력충돌로 폭발하지 않고 대화 에너지로 전환하여 잠복했다. 지금부터 대화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등 에너지가 다시 돌출하지 않고 남북관계 발전 에너지로 승화되도록 협상력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과는 합의이행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국제사회와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고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 단절로 박근혜 정부가 표방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번 남북대화에서는 안보와 통일 분야 책임자들이 만나 오랜 시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남과 북의 최고당국자들도 회담내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불신과 오해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남과 북이 오랜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8·25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로켓발사 또는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9월 14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9월 15일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이 핵능력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언제든지 핵뇌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해 핵실험의 가능성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주장을 살펴보면 지금 당장 실행한다기보다는 로켓발사와 핵실험과 관한한 북한의 ‘원칙적 입장과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10월 10일 당창건 70주년을 전후하여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나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8·25합의는 사문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제재와 압력에 집중하면서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남북관계 복원의 궁극적 목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대외관계를 확장하여 경제위기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내민 전략적 도발가능성 카드는 곧 있을 미중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문제를 의제화하여 제재국면을 풀고 협상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국지도발 억지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있다. 북핵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복원 노력과 함께 7년여 동안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반복하고 있는 충돌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정전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 복원과 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바꿀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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