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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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메르스 논란이 해를 넘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 기관이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책임 소재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확산 일로에 있을 때 삼성 서울병원은 위험의 진앙지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메르스 의심 환자를 보건당국에 늦게 신고한 혐의로 고발당했던 삼성병원이 수사 결과 신고 지연에 고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는 삼성병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과는 상반된 결론이었다. 의료 전문 기자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지의 오명을 썼던 삼성병원이 메르스 첫 환자의 확진 과정에서 보건당국보다 공로가 컸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살인 사건에 비유된다. 백신 없는 바이러스는 연쇄 살인범처럼 무수한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연쇄 살인 사건의 초동 수사가 범인을 잡고 추가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것처럼 감염병도 초기의 대처가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우리는 메르스를 통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언론은 “국내 메르스 확산의 원인은 최초의 진앙지인 평택 성모병원에서 방역이 실패한 탓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첫 환자가 입원한 이래 평택 성모병원은 슈퍼 전파자 3명을 감염시켰고 이들은 다시 136명의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전체 확진자의 70%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병원은 감염자를 양산했고 감염자들이 다시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됐다. 평택 성모병원은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쳤을 뿐 아니라 초대형 메르스 지진을 일으킨 진앙지가 되었다.

그러나 삼성병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을 때 평택 성모병원은 상관없는 무풍지대에 있었다. 삼성병원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의료 기관 손실보상금(233개 기관, 총 1780억 원) 지원 혜택에서 제외됐지만 평택 성모병원은 보상금을 지원받았고 새단장 후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메르스가 종식되기도 전인 지난 9월, 가톨릭 평택 대리구는 평택 성모병원에 감사장을 전달했다. 성모병원으로부터 의약품을 지원 받은 가톨릭 신부가 양진 이사장을 직접 만나 감사를 표했을 뿐 아니라 신의 축복까지 기원했다고 한다.

모든 사건은 책임 소재가 밝혀질 때 종결된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가 없는 사건은 얼굴 없는 연쇄 살인범이 활보하는 사건처럼 극심한 혼란을 낳는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창궐했을 때는 적어도 가해자의 민낯을 알 수 있었다. 멕시코에 다녀온 수녀가 국내에 처음으로 신종플루를 전염시켜 불안감이 높아지자 코너에 몰린 가톨릭이 사죄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에 이르러서는 범인의 얼굴이 사라져 버렸다. 얼굴 없는 범인이 활보하는 세상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보다 훨씬 끔찍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 오늘 다시 메르스가 온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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