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언제까지 계속 되는가

이지수/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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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포럼

지난해 김정은의 태도 돌변에

전세계가 한반도 평화라는 꿈을 꿔

하지만 현재 꿈꾸던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고 현실은 오리무중

지금은 이미 잊은 사람도 많겠지만, 작년 6월 18일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역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날이다. 이제와서 반성해 보지만, 2018년은 그야말로 평화몽상으로 광분했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북미회담이 있기 전까지의 숨가쁜 상황을 돌이켜 보자.

1월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대화의지를 천명하더니, 2월 평창올림픽에 선수단, 응원단과 함께 김여정, 북한의 형식적인 최고위 김영남을 파견했다. 그리고 4월, 5월 두차례의 문재인-김정은의 정상회담을 가졌었다. 이런 숨가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6월의 북미회담이었으니, 이쯤되면 평화몽상의 감격으로 충분히 광분할만 했다.

하지만 현재 꿈꾸던 평화는 요원하고 현실은 오리무중일 따름이다. 여기서 평화몽상은 당연히 북한의 핵폐기를 말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보아 온 것이 쇼에 불과하고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올 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인되었다.

물론 아직도 꿈에서 헤매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막을 다시 올려 쇼를 계속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차분히 돌이켜 보면, 2018년 벽두부터의 김정은의 이런 행동은 가히 충격적으로 비칠만 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이성적 판단의 여유를 허용치 않은 혐의가 짙다. 그 이전까지의 김정은과는 전혀 다른 김정은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김정일의 사망 이후 전면에 나선 그는 2013년 ‘경제발전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선포한 바도 있지만, 2017년말까지 미사일 발사만 40여 회(2017년 한 해에만 15회), 핵실험만 4차례 한 바 있었다. 특히 2017년 11월 발사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워싱톤까지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유엔의 잇따른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핵무력 강성대국을 감행해 온 김정은의 태도돌변에 환호하고, 찬사를 보냈다. 국민 대부분이 꿈에 빠져들었다. 이성적 판단을 유보했다.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소망하는 영화관의 관객들처럼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 조차 북핵 포기,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기대적 판단(wishful thinking)에 도취했었던 것도 전국민적 꿈에 가세했다.

하지만 좀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1년 김일성은 당시 방북한 스티븐 솔라즈 미 하원의원에게 “북한은 핵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 말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도 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은 끊임없이 진전되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을 의심치 않는 평화확신자들은 그동안 북핵의 진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주장을 거듭해 왔다. 북핵 의혹 초기에는 “북한은 핵 능력도, 의사도 없다”, 북한 핵개발 위협에는 “더 많은 지원과 보상을 받아내려는 북핵 제스쳐일 뿐 이다”, 북핵 실험 후에는 “북핵실험은 협상용일 뿐이다”. 급기야 김정은의 핵보유 강성대국 선언과 집중적인 미사일, 핵실험 도발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던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쇼의 막을 올린 것이 2018년, 작년이었다.

쇼의 제목은 “김정은은 달라졌다”였고, 2018년 한 해 흥행에는 그럭저럭 성공한 듯 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일단 막이 내려진 듯 한데, 이제 또 어떤 제목으로 막이 다시 오를지 그리고 흥행은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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