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대통령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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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학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192석, 국민의힘 108석으로 집권여당의 참패였다. 의석수 차이는 무려 84석이나 되지만 그에 나타난 민심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실제 지역구에서 얻은 표차는 불과 5.4%에 불과하다. 의석수 차이는 많아도 실제 표차가 이처럼 근접했다는 것은 다수의석에 의한 일방적 국회 운영은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국혁신당은 정당투표의 24.25%를 얻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얻은 26.69%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두 정당을 합치면 50.94%로 과반을 넘었는데, 그만큼 집권여당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조국혁신당은 특히 광주(47.72%), 전남(43.97%)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광주 36.26%, 전남 39.88%)을 크게 앞선 수치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난히 높았던 무효투표, 특히 정당투표의 무효표가 무려 130만 표(총투표의 4.4%)나 나온 것에 유념해야 한다. 이는 개혁신당(3.6%)이나 녹색정의당(2.1%), 새로운미래(1.7%) 등의 득표율보다 높은 수치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러 일부러 투표소까지 가서 정작 던진 것은 무효표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비례정당의 수가 너무 많아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고, 비례정당 리스트에 지지 정당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정확한 해석은 어느 정당도 투표할 가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정치혐오가 높은 유권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갈등과 분열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대화와 타협이 이뤄져야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결여된 완벽한 회고적 투표 경향을 보인 점이다. 유권자는 철저하게 과거 실적과 행태를 바탕으로 집권여당에 철퇴를 내렸다. 그러다보니 미래담론이나 주요 정책공약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구체적 공약을 내세웠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여당의 참패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24차례나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굴된 정책과제는 대부분 빌공자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다.

선거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통령 스스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과제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다양한 선거 패배의 원인이 지적되고 많은 분석이 제시되고 있지만, 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공정과 상식, 정의와 원칙을 주장해 온 대통령이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표를 몰아주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은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엄격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당선 이후 지금까지 용산에서 했던 정치적 결정들을 돌아보면 일부는 공정과 상식, 정의와 원칙보다 당면한 정치적 이익에 따른 것이 많았다. 그 결과, 오히려 신뢰도 잃고 이익도 잃었다는 것을 대통령과 참모들은 스스로 먼저 깨닫고 처음 국민과 약속한 대로 공정, 상식, 정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수 있고, 그것만이 압도적 다수의석의 야당과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집권 초기 공약했던 각종 개혁을 추진해 갈 동력을 상실한 대통령이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하면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대립과 갈등만 커질 것이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회적 포용성을 증대시켜 갈등과 분열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 어떤 개혁보다 더 중요한 개혁은 갈라지고 무너진 공동체를 적어도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사회통합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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