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진정한 속셈에 대처하자
남성욱/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정부는 대북식량지원을 공론화
북한 비핵화 소극적 입장 견지하면
대북정책의 결말은 명약관화해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시대에도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통해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마무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대의 복안을 확인했으므로 마지막이 될 3차 회담은 올 4·4분기나 내년 1·4분기쯤 열릴 것이다. 과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인가?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먼 형국이다. 북한의 핵은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로 구성돼 있다.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이미 제조를 완료해 비밀장소에 은닉해놓은 과거의 핵무기다. 영변 핵시설은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로 현재와 미래의 핵무기다. 사실상 미·북 비핵화 협상의 최대 고비는 핵탄두로, 영변은 그다음 문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핵탄두를 강조하며 미국의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비핵화 리스트에 핵탄두와 영변 핵시설 이외에 분강 및 강선 등 플러스알파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변 이외에 우라늄 농축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으로 제재완화를 할 수는 없다. 북한은 영변 이상의 비핵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 정권의 역사와 함께했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포기는 있을 수 없다. 북한의 최종적인 핵개발의 종착지는 1998년 핵개발에 성공한 파키스탄 핵보유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로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보상을 받고 나머지 20개 이상의 핵탄두와 여타의 우라늄 농축시설로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겠다는 속셈이다.
북핵이 완전하게 폐기되려면 북한이 일단 핵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인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북한이 정확한 핵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으면 제재완화는 어렵다. 북한 비핵화는 난제 중의 난제다. 모든 지도자는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통일대통령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데 그건 잘못이다. 종신지도자와 5년짜리 지도자가 어떻게 동등하게 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이 국정의 거의 75%나 된다. 일자리 문제부터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산업생산 감소 위기대처, 4차 산업혁명 준비, 실리와 국익을 위한 국제외교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대북정책의 비중을 20% 이내로 줄여야 한다. 평양만 쳐다보는 향북(向北)정책만으로 현재의 국가의 다양한 도전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은 5월초 17개월 만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화력타격훈련이라고 포장했지만 군사도발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의 행동에 상황을 관리하는 신중한 대응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지속될 경우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예고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호 등을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식량지원을 공론화하고 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는 9.19 남북군사 합의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어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과 잘한 행동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북한 비핵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결말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