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조짐인가 대남전략인가

발행일 발행호수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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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는 주한미군 감축으로 어수선한 한미관계에 비해 너무도 잘 풀려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남북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는 올해 안에 남북이 각각 7개의 무역항을 상대방 국적 선박에 개방하기로 합의하고 경의·동해선 연결도로는 오는 10월말 개통하며 철도 시험운행도 같은 달에 실시하기로 하였다. 육로로 가는 금강산길이 열렸으며 개성에는 중소기업 공단이 조성되어 남한이 전력과 통신시설을 제공하고 북한 사람을 고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게 되었다.
 
또 사상 초유의 남북한 장성급 군사회담이 개최되었을 뿐만 아니라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던 당초의 예상을 깨고 일정부분 합의를 도출하였다. 남북한 장성들은 서해상에서 상대 함정과 민간 선박에 대한 물리적인 행위를 금지한다는 무력충돌 방지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에 군사문제까지 비록 초보적이나마 협력의 틀을 마련하였으니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계속돼 온 남북간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교류와 협력은 이제 본격적인 결실을 맺게 되어 통일도 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북한의 실체에 가장 정통한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은 조금도 변치 않았으며 현재 북한이 남한에 보이고 있는 호의적인 태도는 한·미 동맹을 이간시키기 위한 치밀한 대남전략의 일환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는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서해 무력충돌방지라는 작은 선물을 주고 식량 40만t을 챙겨가고, 인민군의 사상을 ‘오염’시키는 휴전선에서의 남측 선전시설을 철거시키는 등 화해 제스처를 벌이고 있는 것은 통일전선전략에 의해 남한국민들을 미국과 이간시키는 더 큰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장엽 비서가 말하는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의 핵심은 첫째 남한에 대한 군사적 압도이며, 둘째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고, 셋째 남한인구의 절반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런 전략은 30년간 중단없이 진행돼 왔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남북관계가 경제적 궁핍을 탈출하려는 북한의 변화의 몸짓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황 전비서의 주장대로, 북한의 정체도 모르고 민족의 통일이라는 환상에 젖은 ‘청맹과니’ 남한 사람들에 대한 북한의 전략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근본적인 체제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핵과 미사일에 대한 개발도 계속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내일의 한국을 이끌어 갈 이 나라 청소년들 사이에 반미의식은 깊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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