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와 두려움 (서산교회 한정임 관장)
한정임관장(서산교회) 어렸을 때부터 ‘인간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나는 서울로 진학을 하면서 자연히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천국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데, 이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아! 저 선생님이시라면 내가 궁금히 여기는 모든 답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리라’ 이렇게 하여 천부교를 알게 되었다. 이 때가 내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는 자유와 직면하게 된 첫 번째 삶의 기로였다. 이미 다니던 교회와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은 당시 어렸던 나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어린 제가 어찌 감히 신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겠는가’라며 갈피를 못 잡고 있자, 선생님께서는 “지금 네 나이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셨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라고 하지만, 천부교 신앙을 가지신 선생님과 교인들이 죄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죄를 안 지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바가 컸다. 하나님은 공의(公義)로우신 분이실텐데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벌주거나, 죄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구원을 받았다고 착각하게 하는 교회를 세상에서 인정받는 교회라 해서 구원을 거저 주지는 않으시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은 양심을 외면하고 싶은 비겁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삶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비겁한 자가 되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했고, 이는 늘 실익과 안정성이 없어 보이는 불안하고 두려운 모험의 길이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곤궁에 빠져 있을 때,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비조합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또한 교역자로 나갈 기회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어느 한 가지도 남은 생을 걸어야 하는 모험 하에 용케 오늘 이 시점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음을 생각해 볼 때, 내가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은 길이 되어주신 하나님께서 인도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시 한번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두려움에 떨고 질려서 길을 놓치고 말 수 없다면, 이제는 지난 일들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안다. 그렇다면 살아온 길을 헤아려 보며 지금까지 그 속에서 주셨던 힘과 지혜로, 앞에 놓인 어려움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여기까지도 따라오는 자유에 대한 그 두려움이, 이제는 변하여 내 노래가 되고 내 행복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