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관장 편 ① 시신이 전도사보다 전도를 잘한다

시신이 전도사보다 전도를 잘한다
발행일 발행호수 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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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첫 발령을 받았던 여수제단은 앞마당에서 시내가 다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 마당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열정 가득한 신규 관장의 마음으로 여수의 모든 여학생이 천부교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첫 발령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귀한 직분을 잘해낼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들면서 교역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게 느껴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장례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꼭 그 마음을 아셨던 것처럼 얼마 후, 한 여청에게서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불안해하는 여청과 함께 저도 연륜있는 관장님들께 도움을 받으며 같이 준비를 했습니다. 믿지 않으시는 아버지셨는데 감사하게도 전라도 전 지역의 모든 학생관장님들께서 멀리 있는 곳에서 이른 새벽부터 와주셨습니다. 마침 축복일에 다녀온 후라 여청이 떠온 생명물로 여수교회 남자 관장님께서 입관예배를 드려주셨는데, 저도 가까이서 고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손등도 저의 손등과 비교해보고 예쁘게 피신 손목을 들어 보여주시는데, 시신이 움직여지는 모습을 처음 본 저는 너무 놀라 ‘아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한 것이구나.’ 하고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체험담으로만 접한 아니라 직접 보고 느낀 것이니 아이들에게도 더 확신을 가지고 전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서 말끝마다 “오~”,“어머나~” 하는 소리가 들려서보니, 화려한 검정모자에 정장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여청의 친척인지 여쭤보니 이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저희들에게 오더니 어느 교회냐고 물으셨고 저는 천부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천부교식으로 장례예배를 드리면 모두 이렇게 아름답게 피십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여기가 참 인 것 같다”고 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본인은 천주교 장례담당인데 수많은 시신을 봤지만 저렇게 손발이 움직이고 아름답게 핀 시신은 처음 본다며 흥분한 어조로 말을 하였습니다. 발인 예배와 하관예배도 드리게 되었는데 그 천주교인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학생관장님들의 찬송소리가 천사의 목소리 같다고 하며 같이 따라다녔습니다.

믿지 않는 부모님이셨고 친척분들도 많이 오시는 장례예배를 어떻게 하면 잘 드리고, 하나님 증거를 할 수 있을까 큰 고민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초대하지도 않은 천주교인이 와서 신나게 하나님 증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잠깐 쉬고 있던 여청의 동생도 아름답게 피신 아버지를 보며 다시 하나님 일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 이듬해 전도의 날에는 목표의 2배가 넘는 아이들이 전도되어 여수제단 앞마당에 가득차고 넘칠 정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감사한 날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매였던 그 여청들은 지금 모두 교역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몇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감사히 와주신 모든 관장님들과 장례식을 통해 하나님의 증거를 하게 된 것 등 신규 관장이라 부족하고 모든 것이 어려운 제게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고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또 앞으로 큰일을 할 일꾼이 될 여청들이니 큰 은혜를 부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님 은혜 늘 간직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전도하는 교역자가 되고 싶습니다.
/청주교회 학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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