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일 관장 편 ① 아이들의 마음 읽기

아이들의 마음 읽기
발행일 발행호수 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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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어느 일요일 한 학생을 기다린다. 분명 꼭 오기로 약속을 했는데 무슨 일이 생겼으면 연락이라도 주면 좋을 텐데 감감 무소식이다. 물어보니 연락 할 생각도 못하고 잊고 있었단다. 한숨이 길게 나온다.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도 못했다는 말에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고, 친구가 너랑 약속하고 아무 연락 없이 널 기다리게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제야 내 마음을 조금 알겠는가 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이런 비슷한 일들이 참 많이도 생긴다. 매주 오던 아이가 혹여 못 오게 되었을 때 나는 무슨 일이 있어서 못 오나 보다 믿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친구와 놀다가 교회 가는 것을 홀딱 잊어버렸단다. 아이에 대한 믿음이 깡그리 날아가 버린다. 이 아이에게도 나는 묻는다. 늦게라도 올 거라 믿고, 아님 전화라도 줄 거라 믿고 기다리는 관장님 생각 안 해 봤냐고 말이다. 설사 친구와 놀게 되어 못 오게 되면 연락이라도 미리 주면 참 고마울 텐데, 아이들은 미안해서 그러지를 못 하겠단다. 차라리 노느라 못 오더라도 연락이라도 주길 바란다고 수차례 알려 주건만 아이들은 그러질 못 한다.

믿었던 아이들이 실망감을 줄 때 답답한 마음에 동료 관장님과 얘길 나누면 이런 얘길 해 준다. 하나님께서도 믿었던 우리들이 죄를 짓거나 실망감을 줄 때 언제나 깨닫기를 돌아서기를 기다려 주시지 않으셨냐고. 그래 맞다. 나의 이 작은 기다림에 비하면, 이 보잘 것 없는 실망감에 비하면 하나님의 기다림은 참 길고도 기시다. 어쩌면 아이들이 하는 것 보다 내가 더 많이 하나님 속을 상하게 할 텐데, 언제나 언제나 돌이키기를 기다려 주신다.
나는 내 마음처럼 먹어주고 내 생각처럼 해주기를 참 많이 기대하고 바라는 것 같다. 그런데 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잘 헤아리거나 공감하지를 못한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도 잘 못 헤아리거늘 하물며 하나님의 심정은 더더욱 헤아려드리질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은혜를 주셨을까, 어떤 마음으로 말씀을 해 주셨을까,
헤아려보고 또 하나님의 심정을 헤아려 드리고 싶다

그나마 교역자가 되어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잘 협조해 주지 않는 아이를 볼 때, 나도 임원인데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속이 상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관장님 속을 어지간히 긁었었지 하는 생각도 든다. 교역자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하고 지나갔을 기억들이다. 나만 생각하던 철부지가 교역자가 되니 아주 조금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이라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 부모님들의 마음, 관장님들의 마음, 권사님들의 마음. 정말 어렵다.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못하면 하나님 심정은 정말 못 헤아려 드릴 것만 같다.
날 보시는 하나님 심정은 정말 새까맣게 타 계실 것만 같다. 조금 더 노력해 주기를, 조금 더 애써 주기를, 조금 더 용기 내어 주기를 기다리실 텐데, 여전히 철이 없다.

요즘은 아이들과 얘길 하면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한다. 쉽진 않다. 그렇지만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하나님 심정이 되어 보는 게 소원이다. 어떤 마음으로 은혜를 주실까, 어떤 마음으로 말씀을 해 주셨을까, 어떤 마음으로 우릴 보실까 헤아려보고 또 헤아려 드리고 싶다.
그 시작으로 오늘도 아이들 마음 읽기를 해 보려 애쓴다. 차에 타면 동시에 쏟아 내는 이야기들에 행여 하나라도 소외감 느낄까 열심히 대답해 주고 순서를 정해서 얘기하게 하고 아이들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읽어보려 나는 오늘도 운전하랴 얘기하랴 정신이 없다. 목이 쉴 지경이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얘기 하면 즐겁게 웃는 내가 보인다. /가좌교회 학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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