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관장 편 ③ 아이들이 준 쪽지
이지영 학생관장 / 송탄교회수요일, 학교 앞 아이들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땀범벅 속에서도 조급하다.
‘나라, 아라, 선영이…를 꼭 만나야 할텐데…’ 반가워하며 달려올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니 조급해졌던 마음이 다소 기쁨으로 설레였다.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학교 앞 정문에 한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잠깐이나마 그 그늘 안에 머물 수 있어서 오늘 같이 무더운 날은 너무도 고마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띄엄띄엄 나오기 시작하고 아직 나올 기미가 없는 나머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먼저 나와 수요예배를 드리러 가기 위해 같이 기다리고 있던 민지가 갑자기 초대장을 달라며 급하게 가지고 갔다. 왜 그러나 하고 있었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다. 전도를 해 보겠다고 하는 민지의 행동에 기특하기도 해서 그러라고 했다.
얼굴이 더위로 벌게질 정도로 아직도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 1층, 2층 교실을 누비며 발 빠르게 뛰는 민지. 무더운 더위에 금방 지칠 듯도 한데 입이 찢어져라 신나하며 뛰는 걸음을 멈추질 않는다. 그런 동안 다른 학교에 다니는 미선이에게서 자신을 데리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온 교실을 뛰어 다니느라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고 있는 민지에게 잠시 학교에서 기다리라 하고 미선이를 데리러 갔다. 이제나 저제나 교회 차가 오기를 발을 동동 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미선이가 저만치서 보인다.
그 아이도 마침 노란 교회차를 보았는지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얼굴은 참 솔직하다. 꾸미지도 않고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욱 좋다. 몇 명의 아이들을 챙겨 교회로 오니 여청들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할게.”
모두의 얼굴이 궁금하다는 듯이 눈동자가 모아 진다.
“관장님이 내일 모레 다른 교회로 가게 되었단다.”
“네~에?”
너무나 놀라워하는 아이들이 긴가 민가 하며 “정말이에요?” 란 말만 되풀이 한다. 특히 예배 중 뒤늦게 교회에 걸어온 선영이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예배와 말씀 공부를 하고 잠시 전화를 받는 사이 아이들이 예배실 곳곳에 흩어져 엎드려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손엔 아무렇게나 찢은 연습장을 곱게 접은 메모지가 한가득 모아져 있었다. 나중에 자기네가 가고 나서 읽어 보란다. 여러 가지 당부와 격려의 말과 함께 앞으로 신앙촌에서 꼬~옥 보자는 말을 해주고 귀가를 시켰다.
아이들이 가고 나서 펼쳐본 쪽지에는 하나같이 서운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쪽지엔 서운하다는 내용과 오늘 자신이 초대장을 대신 나누어 준 이유가 관장님이 힘들까봐 자신이 대신 초대장을 나누어 준 거란다. 순간 아이의 생각지도 못한 예쁜 마음에 고마움과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함이 들었다.
정들었던 교회를 떠나 또 새로운 교회에 발령을 받아 갈 때 마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교차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이곳에서 드러나 오히려 하나님께 더 죄송한 일만 드리지는 않을까. 하나님이 이끌어 주시는 대로 일을 하고 또 아이들을 가꾸어 가며 이 길의 귀함을 많이 느낀다.
특히 그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나 자신의 울퉁불퉁한 면이 다듬어져 동글 동글 해져 가는 모습을 느낄 때 더욱 감사함을 깨닫는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에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불러 주시고 귀한 일을 주심에 더욱 힘찬 전도와 나 자신을 다듬는 일에 전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