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의 함정
강계만 /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의 이른바 ‘3+1’ 패키지 상품도 모자라 일자리와 주거 복지를 더한 ‘3+3’ 복지 아이디어까지 최근 출시됐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전에 군불을 때기 위해 민주당이 내놓은 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나눔과 봉사의 복지’라는 접근법으로 복지 상품을 선점하기도 했다.
복지정책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는 선거용 화두임에 분명하다. 이번에는 그 농도에서 차원이 좀 다르다. 지난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파괴력을 생생하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 자체가 가치를 담고 있어서 토를 달면 자칫 나쁜 세력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 ‘친절’이나 ‘사랑’, ‘봉사’, ‘인권’ 같은 것들이 그렇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삶’을 본 뜻으로 하는 복지는 인간 사회라면 어느 곳이든 추구하는 가치이다. 북한조차 근로자들의 후생복지에 만전을 기하는 것을 체제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어떻게’의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주당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복지비용 비율이 우리나라는 7.5%밖에 안 되는데 복지 모범국가 스웨덴은 27.3%나 된다고 강조한다. 이 숫자만 보면 역시 우리는 복지 후진국인 것만 같다. 그런데 2009년 국민이 낸 세금과 각종 연금, 의료보험료 등을 합한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25.6%, 스웨덴은 딱 2배인 50%에 육박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세금 등을 국가에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민주당은 2009년 8월 자녀수당지급, 고교무상화, 고속도로 무료화 등의 3대 무상복지 정책공약을 내세워 54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1년 반 만에 일본 국가부채만 추가로 50조엔(약 670조원) 불려놨다.
마트에서 파는 ‘1+1’ 행사 상품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교묘히 양이 줄었거나, 유통기한이 오늘 내일하는 대가가 반드시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유독 복지 이슈에서 공짜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일까.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복지 확대에 찬성하지만 재원조달을 위한 세금 늘리기에는 반대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국민 체감 부담을 피해가려고 국채발행 등의 우회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질적으로 사회소외계층의 자립을 도울 방법론을 내놓을 국면에서 복지 이슈로 폼 잡는 데만 활용한다면 애초에 뛰어들지 않는 게 좋다. 2060년까지 국민연금 고갈을 알리는 시계가 계속 돌아가고 있고 건강보험금은 벌써부터 매년 2조원대 적자다. 국가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GDP의 약 40%수준인 40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대수명 100세인 고령사회를 대비한다면 복지예산은 꼭 필요한 이들에게만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이 성장통처럼 한 번은 거쳤던 문제에 우리 정치권도 이제 잔뜩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튼 망치와 톱을 들고 뛰어다니던 정치인들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함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