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세기의 오류 – 앞뒤가 맞는 것이 없는 창세기
주옥희 / 협회편집실창세기는 구약 성경의 첫 번째 권이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와 함께 모세 5경이라고 불린다.
모세 5경의 저자는 모세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의 죽음과 장례식에 관한 것 등 모세가 직접 썼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고, 상충, 중복, 단절 등 문학비평상의 문제점들이 많아 한 저자가 일관성 있게 써 내려간 글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창세기를 포함한 모세 5경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입과 손을 거쳐 내려오던 전승 자료들을 편집한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성경의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고 믿는 순진한 기독교인이 아닌 다음에야 창세기의 모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문맥상의 오류들을 짚어 보기로 하자. 자세히 보면 창세기 1장과 2장은 서로 다른 창조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장에서는 창조 순서가 빛 → 하늘 → 육지, 바다, 식물 → 해, 달, 별 → 물고기, 새 → 동물, 사람으로 되어 있고,
2장에서는 남자 → 에덴동산 → 나무 → 강 → 들짐승, 새 → 여자 순이다.
그러니까 1장에서는 사람이 맨 나중에 창조된 것으로 돼 있고, 2장에서는 맨 처음 창조된 것으로 돼 있는 것이다. 왜 서로 다른 순서의 창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리고, 창세기 1장에 보면 지구가 생긴 후, 넷째 날에 태양과 달과 별을 창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럼 태양을 도는 행성인 지구가 셋째 날까지는 태양 아닌 무엇을 돌고 있었을까?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을까? 아니면 그대로 멈춰 있었던 것일까? 이런 코페르니쿠스 이전적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태양이 생기기 전에 낮과 밤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 태양이 생기기 전에 창조되었다는 식물들은 태양 빛 없이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이렇게, 창세기에서는 문맥상의 모순만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보다 먼저 창조되었다는 창세기는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기록?
썩는 것을 먹고 영생한다는 설정은 근원적 모순
그럼 이제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창세기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가 약 6,000년이라는 것이다. 1658년, 아일랜드의 제임스 어셔 대주교가 창세기 계보에 따라 “지구는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밤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200년 뒤에 지질학자들에게서 반론이 나왔다. 지층은 100년에 수㎜나 수cm가 쌓이는 게 고작이므로 적어도 수천만 년은 걸려야 두꺼운 퇴적층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지구와 태양의 창조가 46억 년 전으로 밝혀져 있다.
다음으로, 창세기에 의하면 천국과 같은 에덴동산에 땅이 있고 그 땅에서 식물이 자랐다고 한다.
처음 만든 인간은 영생하게 돼 있는 존재였다는데, 지금의 인간들처럼 땅에서 나는 식물을 먹고 소화를 시켜서 배설을 했을까? 그렇다면 그는 처음부터 영생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이것은 인체 구조에 대한 일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영원히 사는 천국에는 흙(땅)이 없으며, 거기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해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먹게 된다. 썩는 것도 없고 배설할 일도 없고 나쁜 냄새도 없는 곳이다. 창세기는 천국이 어떤 곳인지, 영생의 구조가 어떤 것인지를 전혀 모르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썩는 흙이 있는 곳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설정한 것은, 예수의 썩는 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주옥idjuo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