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 선거와 정치개혁
장병옥 / 한국외대 명예교수 정치학 박사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처럼 국민을 물로 보았다가는 큰일 난다는 것이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경구를 여야 정치권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 주민들은 무능 정권 심판보다는 서민경제 활성화와 관피아 척결을 포함한 국가개조에 대한 염원을 표로 드러냈다.
이번 선거에서의 최대 이변은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것이다. 망국병적인 지역주의의 극복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 지역의 선거결과는 한 개인이나 새누리당의 승리를 넘어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고무적인 현상이다. 집권 여당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민생경제는 뒷전으로 한 채 사사건건 정쟁으로 국정을 볼모로 잡은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야당은 후보단일화 및 보은공천 논란으로 자멸했다. 또한 오로지 당선만을 목적으로 이념과 정강정책이 다른 군소 정당과의 막후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은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을 무시하는 전략 공천에 대한 후폭풍으로 호남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야당에 대한 지지도는 추락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을 하기 어려운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바로 이런 오랜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 정당의 공천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국회의원들이 입법권과 구·시의원 공천권의 칼자루를 쥐고 입법청탁 및 인허가 비리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며 면책특권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같은 국가는 의회입법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별도의 입법 검증위원회를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관피아 문제를 척결하고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인 김영란법의 원안 처리를 하기 전에 국회의원들부터 먼저 200여 가지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혁명’이 급선무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마다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하고 이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한 그들의 철면피에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에 있다. 정치권이 국민들을 기만하거나 오만한 국정운영 태도를 보이면 어떤 형태로든 엄중한 심판을 받는다.
이제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첫출발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혁신이다. 그 다음이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에 대한 검증기관을 신설하고 면책특권의 개혁이 필요하다. 여야는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국가혁신을 넘어 국가개조는 정치개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성숙한 국민 개개인의 실천적 정치참여로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치개혁을 계속 외면한다면, 국민들이 선거혁명을 통해서 그들을 개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