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는 어떤 날인가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금년 8.15는 67번째 맞는 광복절이었다. 광복절은 일제의 무거운 멍에를 벗어버린 날을 기리는 날이다. 하지만 8.15는 동시에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 1945년 8월15일 우리민족이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되었다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48년 8월15일 우리민족은 사상최초로 자유·인권·평등에 기반한 공화국을 세웠다. 그리고 보면 금년 8.15는 64번째로 맞는 건국일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8.15를 통해 정부가 기념하거나 언론이 기념하고 있는 것은 온통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난 광복뿐이다. 물론 36년간 유례없이 엄혹스러웠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것은 우리민족전체의 경사다. 일제의 눈을 피해 해외로 나가 풍찬노숙을 하며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가, 상해임시정부를 만들어 일제에 저항함으로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임정지도자들의 정신은 그래서 경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건국의 주역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임시정부가 아닌 영속적인 정부를 건설했고 명실공히 영토와 주민, 주권을 가진 정부, 왕정국가가 아닌 민주공화국을 수립함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건국을 통해 과거의 ‘조선인’은 ‘대한민국인’이 되었고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살아온 ‘백성’은 천부인권을 가지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시민’이 되었다.
이쯤 되면 ‘건국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건국혁명은 60여년이 지나 기적과 같은 열매를 맺었다. 세계가 놀라워하는 자유와 번영의 공화국을 가꾼 것이다. 당장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놀라운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대한민국을 5위권으로 올려놓은 젊은이들을 보라. 이들이야말로 자유 대한민국 건국의 결실이 아니겠는가. 반대로 대한민국 건국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저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보라. 먹을 것도 없거니와 자유를 빼앗겨 노예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해마다 8월 15일만 되면 왜 일제로부터의 해방만 기념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은 기념하지 않는가. 북한처럼 전주민이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노예의 처지는 같은데 노예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 밖에 차이가 없지 않은가. 과거에 일제가 주인이었다면, 지금은 김일성 일가가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8.15는 해방과 건국을 같이 기념하는 날이 되어야한다. 자랑스러운 독립국가의 의젓한 정부가 있는데 임시정부만 기념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임시정부 지도자들 못지않게 대한민국 건국의 지도자들을 더불어 기억함으로써 8.15가 문명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의미심장한 쾌거의 날임을 가슴깊이 아로 새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