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수립과 핵실험의 위험한 조합
김동규 / 고려대 명예교수지금 한반도의 북녘 하늘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지하 핵실험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운명이 가까워짐을 느낀 김정일은 어린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워 사후의 신변안전이라도 보장받고 싶은 것이다. 그는 왜 권력이양 시기에 맞추어 국제세계가 비난하고 우방국인 중국까지도 반대하는 무력시위 놀음을 벌여 위기국면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는 그가 지난 15년 동안 선군정치라는 현대판 군국주의적 통치 이데올로기로 정권을 유지해 오면서 업적이라고는 오로지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뿐이라는데 있다. 유일한 업적인 핵무기 위력을 우선 북한 인민들에게 과시하여 후계자 세습과정에서 예상되는 대내적인 반동세력들을 심리적으로 제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 정치적인 대외 협상 테이블에서 핵무기 보유 여부가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확고한 정권을 자식에게 넘겨주려고 핵실험과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자신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나 핵탄두의 소형화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사일 발사 때마다 지구궤도진입에 성공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종의 포템키니즘(Potemkinism)으로 대외적인 위장 선전술임이 드러났을 뿐이다.
세 번째는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보유로 미 중 러 일과 맞먹는 위치에서 대남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으나 이러한 북한의 전략에 누구보다 중국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 4원칙(한반도에서의 비핵화 불변-북한의 핵보유국 불인정-핵관련 무기의 대외이전 불 용납-동아시아 동맹국 방어 불변)과 UN이 결의한 경제적인 대북봉쇄 방침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극도의 위기국면만 초래하고 말았다. 이러한 대외적인 난관에 부닥친 김정일은 앞으로 대내적으로 당면한 정권이양 문제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자신의 안전과 권력유지를 위해 굴복이냐 강공이냐의 선택만 남았으나 전자 보다는 후자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당분간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과 핵무기로 시위를 하다가 그래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때에는 대남도발로 남한의 안전을 인질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위기탈출구를 찾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에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북한 김정일 정권의 본질은 한마디로 폭력집단과 같으므로 어떠한 위협과 협박에도 의연한 자세와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것이 폭력집단의 특성이다.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공갈에도 추호도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확실하게 문서화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