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류동길 /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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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박사

국가경쟁력은 국가 또는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국 또는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부(富)를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 등과 관련돼있다.

최근 세계적 정치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의 한국보고서는 “한국은 방향타 잃은 배”와 같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경제의 조로(早老) 가능성”을 지적하고, 한국은 미래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새로운 경제발전모델을 찾아야할 시점인데도 문제해결의지는 약해 보인다”고 했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따끔한 지적들이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경제는 어려운데 경제 이외의 일에 매달려있다는 게 문제다. 세계 각국은 무얼 먹고살 것인가를 두고 경쟁을 벌인다. 경제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다. 경제전쟁을 치르는 첨병(尖兵)은 기업이다. 그래서 각국은 기업의 기(氣)살리기에 한창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에 매달리고 있는가를 보자.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논쟁을 하고 기업에게 온갖 재갈을 물린다. 반(反)기업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기업의 잘못된 행태(行態)를 바로 잡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법보다 국민 정서라는 잣대로 기업 때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수도 이전 논란에 이어 행정도시 건설에 매달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에 정신이 없다. 힘을 합해도 국제경쟁이라는 강을 건너기도 어려운데 노사는 반목을 거듭한다. 때아닌 이념갈등으로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린다.

동북아 새 질서는 형성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안보는 위협받고 있는데,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반미를 외치는 것이 애국으로 위장된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낙후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국내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행동한다. 이런데도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는가.

국가경영과 정치의 요체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정부는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하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경제 이외의 일에 매달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대통령 스스로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어 “경제 올인 론(論)이라는 것은 교묘한 정치논리며 선동정치의 표본”이라고 한다. 경제에 전력을 기울여도 부족한데도 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은 과거로 가도 국민은 미래로 가자”는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고 간단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고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해소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한다.

경제성장 없이는 일자리창출도 분배도 복지도 불가능하고 국가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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