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병이 나았다고 외칠 때마다 집회장에는 환호소리가 넘쳐
이복례(1) /기장신앙촌저는 1938년 양주군 구리면 수택리(現 구리시 수택동)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돌이 되기 전에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들 손에서 자란 저는 고달픈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결혼한 큰오빠네 집에 얹혀살다가 전주로 입양됐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집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 후 열여섯 살부터 남의 집 살이를 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부모 없이 막되었다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고 항상 말씨와 몸가짐을 조심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1956년, 서울 신문로의 가정집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볼 때였습니다. 새문안교회에 다니는 할머니를 따라 예배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예전부터 교회에 다녀 보고 싶었지만 엄한 할머니 눈치를 보느라 엄두를 못 냈는데 할머니가 먼저 가자 하시니 반가웠습니다. 그 무렵 할머니가 부흥집회에 가겠다고 하셔서 할머니를 부축해 따라갔습니다. 집회 장소는 서울 제2운동장으로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유명하신 분이 나오신다고 했습니다.
악취가 풍길 정도의 중병 앓는 환자들
보고 어떻게 예배를 드리나 했는데
찬송 부르자 어느 순간 지독한 악취가
사라지고 산뜻하고 좋은 향기가 진동해
운동장 가득히 펼쳐진 천막 안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보는 엄청난 인파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인파 속에 누워 신음하는 환자들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중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지독한 악취가 풍겨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코를 감싸 쥐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나 싶었는데 박 장로님께서 등단하신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키가 크신 신사 분이 단상에 올라 찬송을 인도하시자 사람들은 집회장이 떠나가라 우렁차게 찬송했고 찬송을 잘 모르는 저는 더듬더듬 따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지독하게 풍기던 악취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좋은 향기가 맡아졌습니다. 주변에는 여전히 중환자들이 누워 있었지만 공기가 감쪽같이 맑아지며 산뜻하고 좋은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공기 참 좋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집회장이 불편하셨는지 얼른 가자고 하셔서 그날 예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2운동장 집회가 끝난 후에는 마포에서 박 장로님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갈 마음이 없으셔서 저 혼자 집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집회가 열리는 곳은 한강변의 산언덕으로 박 장로님께서 큰 교회를 세우실 자리라고 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안수를 마치신 후 `병 나은 사람 일어나 사실 그대로 말하세요`
하시자 벙어리였던 젊은 처녀가 난생처음 말문이 터져 감격해서 말을 하고
앉은뱅이였던 아저씨가 펄펄 나는 듯 단상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에 군중 환호해
집회 첫날 박 장로님께서는 운집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안수를 해 주셨습니다. 안수를 마치신 후 “병 나은 사람은 일어나 사실 그대로 말하세요.” 하시자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이 일어나더니, 몇 명은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붙잡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치마저고리 차림의 젊은 처녀와 중년의 아저씨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처녀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였는데 박 장로님께 안수를 받고 말문이 터져서 말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말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약간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난생처음 말문이 열린 감격으로 벅차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중년 아저씨는 앉은뱅이였다가 박 장로님 집회에서 은혜를 받고 일어서게 됐다며 펄펄 나는 듯이 단상을 뛰어다녔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도 ‘세상에! 얼마나 기쁠까!’ 하며 가슴 뭉클했습니다. 병이 나았다고 외칠 때마다 집회장의 군중은 크게 환호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날 예배를 마친 후 차비가 없어 마포에서 신문로까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집회에 다녀온 것을 못마땅해 하셔서 저는 혼나지 않으려고 부엌일을 말끔히 해 놓고 동이마다 물을 길어 놨습니다. 그 후 집회가 열리는 동안 매일 집안일을 마치고 마포 산언덕으로 달려갔습니다.
박 장로님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쏟아 붓듯
온몸이 시원하고 향기가 진동하며
햇덩이 같은 기쁨이 솟아올라
집회가 끝난 후에는 그 자리에 전도관을 짓는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벽돌을 나르고 한강 물을 길어 오며 너도나도 일을 도왔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저도 저녁에 가서 일을 돕곤 했습니다. 이듬해 웅장한 3층 건물로 이만제단이 세워지고 개관집회가 열렸을 때였습니다. 집회 기간 중에 150명이 넘는 분들이 장로로 임명받았는데 그때 신기한 광경을 봤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단상이 있는 2층에서 그분들에게 안수하실 때 안개처럼 뽀얀 것이 기둥 모양으로 내렸습니다. 1층에 앉아 있던 저는 ‘저게 뭐지?’ 하며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습니다. 건물 안에 안개가 들어올 리 없고 만약 안개라면 사방으로 퍼질 텐데 뽀얀 기둥이 선명하게 위에서부터 뻗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은 분들이 “저거 보세요, 은혜가 내려요.” 하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그럼 나도 은혜를 봤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집회 중에 박 장로님께서 참석자 모두에게 안수해 주셔서 저는 처음으로 안수를 받았습니다. 박 장로님의 손이 제 머리에 닿는 순간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 “쏴아-” 하고 쏟아 붓는 것 같았습니다. 그 물이 머리부터 가슴까지 내려와 온몸이 말할 수 없이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깜짝 놀라 머리와 옷을 만져 봤지만 하나도 젖지 않아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좋은 향기가 진동하는데 어느 순간에는 고급 향수 냄새 같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참기름을 짜는 고소한 냄새 같았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좋은 향기가 따라오는 것처럼 계속 맡아졌습니다. 그 향기 속에 몇 시간을 걸어도 피곤하지 않았고 햇덩이 같은 기쁨이 솟아올라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제 나이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이복례님 신앙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