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자 관장 편 ④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아픈 초원이, 잘 자라서 천부교회 다시 찾아오길

발행일 발행호수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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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1. 김양자 관장 2. 천부교 일동교회

교역생활을 하다보면 잊지 못하는,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참 많다. 교회에 잘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올바른 가정에서 자란 반듯한 아이들도 많지만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거나 바쁜 부모에게 방치되어있는 아이들인 경우도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끼고 정에 굶주린 아이들을 더 챙겨주게 된다. 그렇게 된 아이들 중에 잘 커서 지금도 반갑게 만나는 애들도 있고, 안타깝지만 성장해서 사라진 아이들도 있다.

일동에서 시무할 때다. 전원주택같이 예쁘고 멋있는 제단이 새로 지어져서(2002년) 내가 첫 번째 관장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아직 학생관장이 없을 때여서 의정부교회에서 학생반사로 활동하던 김규리, 김소중 두 학생이 토요일이면 교회에 와서 함께 심방을 하고 일요일에 아이들을 챙겨서 예배를 드리곤 했다.

그 중에 유난히 장난기 많고 얼굴이 까만 함초원이라는 6살 먹은 꼬마가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할머니와 아빠, 오빠랑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돈 벌러 타지에 가고, 집에는 늙은 할머니가 마트에서 야채를 삶아서 파는 일을 하고 계셨다. 그러니 유치원도 못 가고 늘 방치된 상태로 제멋대로 하는 아이였다. 버릇도 없고, 말도 안 듣고, 남의 먹을 것 있으면 다 뺏어먹고, 싸움도 잘 하고, 욕도 잘 하고, 어른한테 대들기도 잘 하고, 동네에서 유명한 아이였다. 비위도 좋았다. 안면이 있는 이웃한테 인사하고 돈 달라고 졸라서 사먹고 떼쓰는 막무가내인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천부교회에 나오면 반사언니들이 잘해주고, 교회 오면 먹을 것도 많고 하니 초원이에게는 천부교회가 정말 맘에 들었나보다.

` 아침 9시만 되면 교회로 와
먹을 것 달라고 떼쓰던 아이
교회 꾸준히 오면서
싸움도 안 하고 양보도 하며
예쁘게 변해갔는데`

매일 아침 할 일 없으니까 9시면 초인종을 누르고 “관장님~ 문 열어주세요~”하고 졸랐다. “지금은 친구도 없는데 여기 왜 와? 일요일에 와!” 해도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먹을 거 없어요?”하면서 막무가내로 교회에 들어와서 눕는다. 이 떼쟁이를 매일 밥을 먹이고, 목욕도 시켜주고, 옷이 더러우면 옷도 빨아주었다. 실은 초원이는 세수를 시켜놓고 머리를 빗겨놓으면 참 예쁜 아이였다.

어쩌다가 서울에 회의가 있고, 축복일에 신앙촌 가고, 심방을 가야만 할 때에는 초원이가 늘 걸렸다. 오늘도 분명히 9시에 교회 와서 초인종 누르고 “관장님 문 열어주세요~!”를 목청껏 외치고 쪼그리고 앉아서 언제 올지 모르는 나를 기다릴 걸 생각하면 짠 하기도 했다. 워낙 변죽이 좋은 아이라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초원이는 시베리아에 팬티 하나만 입혀놓아도 살아올 아이 같았다.

그러다가 학생관장이 발령받아서 왔다. 그 다음부터는 학생관장하고 신앙촌도 잘 가고 교회도 잘 나오고 욕도 좀 안 하고, 싸움도 좀 안 하고, 기도문도 잘 하고, 양보도 하며, 조금씩 조금씩 아이가 예쁘게 변해가고 있었다.

교회에 잘 나오던 초원이가 여름방학 이후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학생관장하고 집으로 찾아갔는데 오빠가 서울에 있는 엄마한테 갔다고 했다. 개학하면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개학을 해도 초원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학생관장님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관장님, 초원이 고아원에 갔대요. 급식비를 못 낸다고, 아빠가 키울 수가 없다고 고아원에 줘 버렸대요. 이럴 줄 알았다면 관장님하고 저하고 조금씩 보태서 급식비를 우리가 책임지고 내주고, 초원이를 고아원에 가는 것을 막았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안타까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제 겨우 1학년인 초원이가 고아원에 가서도 잘 적응은 할까? 아무리 변죽이 좋고, 성격이 좋고, 낯가림을 잘 안 하는 아이지만 낯선 고아원에 어린아이가 버려진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초원이는 가끔 생각나는 참 가슴 아픈 아이다. 어디가든지 반듯하게 잘 자라기를… 그리고 잘 커서 천부교회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소사동교회 여성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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