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실 관장 편 ① 관장님 놀이
박원실 관장 편유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 20여분쯤 가야 그 모습을 나타내는 조그만 산골 학교에 다니지요. 초대장을 들고 학교에 가면 “관장님! 초대장 주세요. 이번 주 뭐해요” 하고 밝은 미소로 저를 반겨줍니다.
유진이는 교회에 오면 말씀공부보다 콩콩이(방방이)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하고 예배 드릴 때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떠드는 개구쟁이 아이입니다. 그런 유진이가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신앙촌으로 축복일 예배에 참석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찬송도 제법 부르고 기도도 드릴 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초대장을 주려고 유진이네 갔는데 집앞에서 찬송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반듯한 생각 해맑은 눈동자로 하나님 따르고 싶어요.” 찬송소리를 들어보니 동생 유림이랑 친구 지혜랑 셋이 놀고 있는듯 했습니다. 어떤 놀이를 하는지 궁금해진 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찬송이 끝나자 유진이가 말했습니다.
“태백관장님 찬송 하세요.”
‘엥? 태백관장님? 도대체 무슨 놀이를 하길래…’
그러자 유림이가 신나게 찬송가를 부르다가 서로 깔깔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지혜가 “관장님, 커피 드세요”라고 했습니다. 신앙촌에서 관장님들과 가끔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놀란 저는 유진이를 불렀습니다.
“너희들 뭐하고 있었니?”
“관장님 놀이요.”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서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 없는 듯하여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믿는 가정에서 자란 저는 어릴 때 엄마가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기 한 시간 전부터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믿는 부모님으로부터 예배드리기 전 준비하는 자세를 배웠듯이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날 보고 자란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고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역자 발령을 받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전도사이신 아버지를 옆에서 뵈면서 솔직히 교역자의 길을 택하기가 두려웠습니다. 더구나 제가 교역자로 권유를 받을 때 쯤 집에 화재가 났습니다. 교역자를 권유하시는 관장님께 못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관장님께서는 직접 하나님께 말씀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앞에 간 저는 “하나님 저희 집에 불이 났습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라고 말씀 드렸더니 “응, 나 다 알고 있어. 아버지 전도사에 엄마 소비조합이고 믿는 가정이니까 끝까지 믿으라”고 하시며 축복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하셨습니다. “이제 나갈 때야”
그렇게 저는 화곡교회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이제 저와 같이 교역의 길을 가기도 하고 신앙촌에서 입사생으로, 소비조합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투리가 심했던 저의 말투는 지금도 아이들이 많이 흉내를 내곤 하는데 그 때 서울 아이들에게는 저의 말투가 무척이나 생소했나 봅니다.
당시 중 3이던, 지금은 교역자인 어떤 관장님은 지금도 그 때 당시의 제 모습을 이야기 하며 동료 관장님들을 한바탕 웃기곤 합니다.
“저는요,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이 구절이 대학생 때까지 욕심이 잉태한 ‘적’ 죄를 낳고~ 인 줄 알았다니까요. 어릴 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애들이 다 따라한다니까요.”
2008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처음 아이들을 위해 기도 드리고 함께 하며 즐거워했던 그 때처럼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 기쁘고 즐거운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교역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사북교회 학생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