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슈퍼예산안, 경기부양의 기회인가 국가채무의 우려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지금은 경기부양에 초점 두어야 할
시점이나 과도한 채무에 의존하지
않도록 재정준칙 마련되어야 해
국민적 합의 과정 통해
적정 채무비율 특정할 필요 있어
2020년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이맘때 발표하는 예산안은 이듬해의 나라 살림살이를 알 수 있는 ‘나라 가계부’다. 2020년 예산안은 약 513.5조원에 달한다. 2019년 예산과 비교하면 43.9조원이 확대 편성된 슈퍼예산안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계획을 ‘확장적 재정지출’이라고 한다. 확장적 재정지출은 나라가 경제적 위기 상황 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가하는 정책수단 중 하나다. 2019년 하반기의 경제상황과 2020년 경제를 감안 했을 때, 정책이 경기부양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 계획이라고 평가된다.
한편, 국가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 2020년 예산안의 두드러진 특징들 중 하나는 세입의 증가폭 보다 세출(예산안)의 증가폭이 크다는 점이다. 세입은 2019~2020년 동안 1.2% 증가하는 수준이지만, 세출은 같은 기간 9.3% 증가하는 모습이다. 2020년 세입 전망치는 482조원으로, 정부 세출이 세입보다 많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있었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국가채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0년 39.8%로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채무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물가, 저성장, 저고용, 저투자, 저출산 등 모든 것이 ‘저저저’인데, 국가채무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가 하강국면 일 때는 법인세, 소득세, 소비세도 줄기 마련이고, 부동산 거래마저 위축되어 양도세와 취득세도 줄고 있다. 돈이 들어올 데가 없는데, 쓸데만 많은 상황인 것이다.
자녀에게 용돈을 준다고 가정했을 때, 그 돈으로 책을 살 수도 있는 것이고 게임을 하는데 지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쓰여 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2020년 정부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산업·중기·에너지’ 부문의 2020년 예산 증가율이 27.1%로 단연 높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두드러진다. ‘R&D’ 예산은 핵심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17.6% 증가시킬 계획이고, ‘환경’과 ‘SOC’ 예산도 중점적으로 확대해 건설투자를 회복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있다. 지금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두어야 할 시점이다. 다만, 과도한 채무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법률로서 정하는 재정건전화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지만, 국민적 합의 과정을 통해 적정 채무비율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추세 속에 노인 부양부담이 가중되고, 연금이 고갈되는 등 추가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급 규모의 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복지 등의 분배적 예산이 과다하게 계획되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노인 일자리나 돌봄·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과 같이 일자리 예산이 한시적 일자리 창출에만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2020년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경기부양에만 초점을 둔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정교하게 가다듬어질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