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의 기본원칙과 현실원칙은 어떠해야 하나?

김동규/고려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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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김동규/고려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우리가 주도하는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기의 대결방식은 남북이 모두

자멸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193개 UN 가입국 가운데 북한의 경제력은 지금도 여전히 아프리카 빈민국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민 생활고는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1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내가 북한을 방문하여 하루는 평양을 벗어나 평안북도 정주군과 묘향산을 거쳐 평양으로 되돌아오는 일정에서 본 농어촌의 실정은 남한의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을 시작할 때쯤으로 보였다. 그때는 10월 말이었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농어촌의 들판은 가을걷이가 거의 끝났는데 빈 논에서 벼 이삭을 줍고 있는 할머니도 보였고 아직 수확을 안 한 논의 나락 키는 남한의 2/3쯤이나 되었다. 비료 부족 때문이다. 무엇보다 논에 피가 많아 안내원에게 ‘왜 뽑지 않고 그대로 두는가’를 물으니 ‘그것도 다 먹는 것이다’라고 했다. 생산량 부족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김일성이 사망한 다음 해인 1995년에는 전례 없는 가뭄과 태풍 피해로 심한 흉년이 들어 아사자가 몇백만 명이 생겨나자 김정일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전 주민들에게 난국극복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제원조와 남한의 지원으로 어떻게 그냥 버티고 있으나 물자가 부족한 것은 여전하다. 지난번 문재인 정부에서 식량 지원을 제의했으나 엄청난 수량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면서 약자의 허세인 오기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정량 이상은 국제식량기구의 규약이 있어 안 된다. 그리고 비료 같은 것은 폭약의 재료가 되므로 역시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유진벨재단과 같은 국제 NGO는 주로 의약품과 유아 영양식을 중심으로 꾸준히 보내고 있으며 국내의 여러 단체에서도 각종의 지원을 하고 있으나 북한은 주민접촉에 의한 대북지원은 기피하면서 현금지원에만 관심이 클 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모두 현금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부터의 북한지원은 어떻게 할 수 있으며 과연 꼭 해야만 할 것인가이다. 현재로서 가능한 것은 북한 주민의 생사에 직결되는 의료 지원과 유아 영양제 등일 것이다. 이것은 인권 문제이다.

1980년경 북한의 김일성은 남한과의 체제대결에서 패배했다고 판단하고 유일한 탈출구는 군사 무기의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고 핵폭탄 제조에 전 국력을 쏟은 결과가 지난 오늘날 한반도의 핵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동시에 김일성은 1980년대부터 국정지표를 3대 혁명론(사상-기술-문화)으로 정하고 최근 남한의 언론에서 논의된 이른바 ‘갓끈 전술’과 ‘벼랑 끝 전술’ 그리고 ‘시멘트 전술’이라는 용어도 그때 생겨난 것들이다. 이것은 그대로 김정일과 김정은의 대남 기본정책으로 이어져 오면서 최근 들어 이러한 3대 전술이 순조롭게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벼랑 끝 전술’에 의한 6자회담에 딴지를 놓으면서, 대일 대미 간을 이간시키기 위한 ‘갓끈 전술’를 구사하고 남한의 반미, 반정부 성향 가진 사람들을 조직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멘트 전술’을 초점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지금부터라도 ‘3무 정책(무시-무간섭-무관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며 남·북 간의 관계는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끌려다니기보다는 우리가 주도하는 대북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기의 대결방식은 남북이 모두 자멸임을 인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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