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

발행일 발행호수 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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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현재 남북 대화와 교류는 단절됐고 북핵 문제 악화 등 안보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최근에는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사이에선 소위 ‘사드 3불 정책’으로 국가적 자존심이 구겨졌고, 이후 끌려다니는 형국이 됐다. 한일관계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이란 과거사 문제로 사실상 파탄이 난 상태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외교정책이 시종일관 ‘북한 바라기’식 대북정책에 종속된 채 전개된 데 있다. 그마저도 편향적 이념과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 치우쳐 ‘중심’과 ‘실용’을 잃었다. 미․중 패권 갈등 국면에서 ‘전략적 모호성’ 유지 입장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문재인표 외교가 미국의 ‘불신’, 일본의 ‘반발’, 중국의 ‘불만’, 북한의 ‘무시’를 초래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외교란 본래 당면한 국제환경에서 어떻게 국익을 관철할 것인지를 따져보고 이를 정교하게 관철시키는 작업이다. 따라서 단선적일 수 없다. 국가 간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면서 복합적․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21세기 국제질서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다자외교를 활성화하여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데 이바지해야

무엇보다도 한국의 생존전략은 외교․안보의 기본 축인 한미동맹에서 찾아야 한다. 그간 손상된 한미동맹을 회복․강화하되,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대해선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 곧 ‘핵우산’의 내실화 차원에서 전략 폭격기 등 미국 핵무기 투발 전략자산 전개 협의 절차를 마련하고 정례적인 운용 연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핵공유’도 검토해야 한다.

중국과는 굴종적 자세를 지양하고 상호 존중의 원칙에 입각한 당당한 외교를 통해 올바른 동반자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도식적인 ‘경중안미(經中安美)’ 노선에서 탈피해 가치 지향적 외교, 국제법과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북한 비핵화’가 한국의 ‘핵심이익’임을 천명하고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 기후변화, 다자무역체제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대처하는 한편, 경제협력(특히 독자적 공급망 구축), 미세먼지 규제 등 양자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선 안보․경제 사안과 역사․영토문제를 분리하는 Two-track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협력관계를 조속히 복원하되, 후자의 경우 “과거는 용서하되, 절대로 잊지 않는 자세”로 미래지향적 새 한일관계 설정에 나서야 한다. 강제동원 및 종군위안부 문제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단, 독도 도발을 감행할 때는 영토주권 수호 및 바른 역사 정립의 관점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이 밖에도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21세기 국제질서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다자외교를 활성화함으로써 규칙에 의거한 평화롭고 국제협력적인 국제질서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과 공적개발원조(ODA) 등 ‘기여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격에 걸맞는 역할도 계속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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