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의 그림자, 인터넷 괴담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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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보면 참으로 놀라운 소통의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어두운 면이다. SNS 소통의 장점은 빠른 속도다. 광속도로 소통이 되니 이보다 더 빠른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문자메시지도 길게 쓸 필요가 없다. 또 길게 쓸 수도 없다. 140자내로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리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빠름과 편리함만이 소통의 핵심일까. 그건 그렇지 않다. 소통의 핵심은 진실과 상식, 순리다. 허위가 아닌 진실, 몰상식이 아닌, 상식, 궤변이 아닌 순리가 소통되어야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어떤가. 버젓이 살아있는 연예인을 죽었다고 하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괴담소동들이 너무나 자주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것도 여과없이 전파되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괴담이 광속도로 퍼지는 거짓말 바이러스의 통로가 되는 사태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저급한 소통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면, 암흑의 세계와 같은 허위의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살다보면 거짓말이 없을 순 없다. 이런 거짓말을 흔히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한다. 의사가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집에 가서 편히 쉬면 나을 것이라고 말할 때 거짓말임은 분명하지만, 좋은 의도라는 점에 대해선 공감한다. 악의가 없고 환자에 대한 선의와 배려가 가득한 거짓말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선의의 거짓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면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진 않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 되면 갑자기 놀라운 존재감을 발휘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슴이 끄는 화려한 썰매를 타고 와서 집집마다 한 아름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야말로 항상 어린이들의 겨울을 훈훈하게 하는 사랑의 기적이 되었다. 산타클로스가 없었다면 분명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살벌해지고 우리의 어린시절은 훨씬 더 삭막해졌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은 산타클로스와 같은 선의의 거짓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의와 사악함이 팽배해 있는 거짓말들이 횡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거짓말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이른바 ‘만우절(萬愚節)’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날만은 어른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악동(惡童)이 되는 게 허용되는 유일한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만우절은 없어졌다. 4월1일 거짓말로 범죄신고를 하거나 가짜로 화재발생신고를 하면 처벌받는 게 바로 이런 이치다.

그럼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이 버젓이 전파되어도 처벌은커녕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3년 전 광우병 촛불집회때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던 거짓말들이 돌아 다녔는가하면, 천안함 침몰때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잠수함의 소행이라는 괴담도 널리 퍼졌다. 요즈음엔 한미 FTA가 나라를 파는 매국행위라며 기를 쓰고 반대하는 골수반미목소리의 괴담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유럽연합(EU)과의 FTA에는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미국과의 FTA에 대해서는 웬 ‘을사늑약’인가.

지금이야말로 빠름과 편리함이 아니라 진실과 정직이 SNS소통의 본질임을 알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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