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주권의 수호
정영석 /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지난 12일 인천해양경찰서 소속의 이청호 경사가 서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던 중 중국 어선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불법 어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박경조 경위 사건 이래 두 번째 사망 사건이다. 2002년도 이후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공무집행방해 사례는 30여 건이나 발생하였고 우리 해양경찰의 부상자만 50여 명 발생하였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데, 가장 직접적으로는 우리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의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해양환경을 훼손함으로써 우리 어민의 생존 기반을 붕괴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금어기, 금어구역을 지정하고, 수역별 어업면허제도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어민들의 활동을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족자원 보호와 장기적 수산업 보호라는 정책적 명분하에 우리 어민들이 이를 용인하고 국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피해를 눈뜨고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할 것이다.
중국 어선 등의 불법 어업 단속은 국가 영토, 해양주권 수호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중차대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또한 매년 끊임없이 반복되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 정부의 불법 조업에 대처하는 외교 정책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의심이 든다.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경제외교에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경제외교가 중요하다고 하여 자국민 보호나 영토수호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 행사의 그 중요도를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국가경영철학의 근본적인 오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불법 조업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에서 외교부 당국자가 일본과 중국 사이의 희토류 외교사례를 들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외교사례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상호간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분쟁수역에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불법조업에 대한 외교와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 고위층의 소극적 대응자세, 경제외교에 해양영토 수호와 같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가 밀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현장에서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해양경찰청에만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을까 근본적인 의문이다.
군이든 경찰이든 외교관이든 우리의 해양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또 우리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나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모자라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러한 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희생에 대하여는 최대한의 예외와 존경을 다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 해양영토를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게 강한 자위력과 외교력을 스스로 갖추고, 행사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