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경제, 탈출구는 없는가?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원인은 무엇이며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먼저 금융위기는 미국의 통화 공급 확대를 동반한 저금리 정책이 경제의 소비구조와 생산구조 간의 괴리를 크게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의 자원 간의 중요도를 가늠하여 오늘의 소비와 내일의 저축을 결정한다. 이제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미래지향적이 되어 저축이 증가하면 투자가 늘어나 미래에 늘어날 소비에 대응하는 생산구조가 형성된다. 또 증가하는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저축이 증가했으므로 경제의 소비구조와 생산구조는 건전하게 유지되고 경제는 성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비-저축 비율은 바뀌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통화 공급이 증가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가들은 증가한 통화를 저축이 증가한 것으로 오도하여 소비구조에 맞지 않는 투자를 하게 된다. 통화 증가로 경제는 잠시 동안 호황을 누리지만 과오(過誤)투자가 밝혀지면서 거품이 터지고 생산재 산업에서부터 불황이 시작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 증가를 중단하고 시장에서 과오투자가 청산되도록 해야 한다. 불황은 과오투자가 정리되고 소비구조에 상응하는 생산구조가 다시 만들어지는 기간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주요 국가가 이른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으로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어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에 따라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는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재정을 확대 투입하여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계획도 총수요를 증가시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지만 통화 공급 증가로 경제의 소비구조와 생산구조가 어긋나 있는 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또한 어디에 투자하여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킬 것인가는 이윤 동기에 따라 행동하는 기업가보다 정부가 더 잘 알 수 없다.
결국 현 경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는 통화 공급 증가를 중단함은 물론 재정의 확대 투입을 자제하고 시장의 구조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소비 활동과 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곧 시장경제를 창달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의 구조 조정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한 고통이 두려워 돈을 풀고 재정을 확대 투입하고 온갖 규제로 경제 활동을 옥죄면 경제는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들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지금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양적 완화나 재정의 확대 투입으로 망가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폭넓은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경제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