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유호열 /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은 사건 발생 10일이 경과했음에도 아직까지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북한측은 남측 관광객이 북측 군사통제구역을 무단 침입하였고 정지 명령과 공포탄 발사에도 아랑곳 않고 도주하다 피격되었다고 발표하였다. 50대 주부인 박왕자씨의 이동 경로와 피격 시점 등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에 대해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의 설명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는 커녕 더욱 혼란스럽게 하였다. 비무장한 50대 민간인 여성을 사방이 훤하게 밝은 시점에 조준 사살이라는 북한 군인들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만행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더구나 그들의 발표들을 뒤집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데 급급한 북한과 현대측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금강산 사건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에는 적지 않은 혼선과 문제가 있었다.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인의 총격에 의한 사망 사실이 알려지기 전 질병으로 인한 사망설이 청와대로 보고되는가 하면, 수 분 후 제대로된 보고를 접하고도 이를 정정하지 않는 등 현대아산-통일부/합참-청와대의 보고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초기 정보의 혼선 뿐만 아니라 총격 사망 사실을 접하고도 이를 대통령의 국회연설에 어떻게 반영할 지 우왕좌왕하였고 결국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어이없는 총격 사망에도 불구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북대화전면재개의 손짓을 북쪽에 보내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사태 발생후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시키고 사건의 경위 파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무고한 국민이 관광 중에 피격 사망한 사실에 응당 표명했어야 할 분노의 표출이자 문제 해결의 결연한 의지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3단계 해법은 첫째, 사실규명을 위한 현장합동조사 둘째, 문책과 사과 등 적절한 사후조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고한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으로 요약된다. 이번 사건의 특수성과 북한체제의 속성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정부는 사건 해결에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선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평양 지도부와 군지도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창구를 가동해야 한다. 개성관광사업을 비롯한 민간교류협력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와 단계별 제재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통해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기초부터 다시 쌓는다는 각오 하에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올바른 대북정책을 꾸준히 펼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 과정에서 ‘비핵-개방-3000’ 및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걸친 재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우리 정부의 대북관을 점검하고 남북관계를 보다 건실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