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과 북한의 선택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남북관계의 경색이 지속되면서 향후 개성공단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제한 조치들을 취했다. 그럼에도 북측은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은 보장할 뜻을 표명하였으나 금년 3월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었던 한미군사합동훈련인 키리졸브 기간 동안 군사당국간 통신채널을 전면 차단함으로써 개성공단의 출입을 파행적으로 운영하였다.
개성공단은 현재 가동 중인 93개 남측 기업에 3만 9천명의 북한 근로자들과 천여 명의 남측 기술자와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하는 남북 협력의 상징이다. 지난 2004년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에서는 그동안 생산액만도 5억 달러에 달하며 매월 평균 임금이 73달러인 북측 근로자들이 년간 3천만 불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달러박스이기도 하다. 동시에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첨단 기술과 수출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이기에 북쪽으로서도 향후 경제발전의 산 교육장이기도 하다. 더구나 북쪽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의 경우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도 있고 평생을 중소기업에 몸 바친 전문 경영인들도 있어 북쪽 입장에서는 매우 귀중한 교류협력의 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우리 측 인원을 축소시키거나 통행을 차단하는 행위는 개성공단의 장래를 위해서나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한은 개성공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의 투자를 보장하고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과 출입을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경색 등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과 관련해서는 임의로 위해를 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북쪽의 일방적 제한 조치는 남북합의에 대한 위반인 동시에 북쪽 스스로 제정한 자신들의 법규마저 준수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대외적 신인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북한 당국은 키리졸브 훈련이 종료됨과 동시에 차단했던 군통신 채널을 복원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출입을 기존 방식대로 재개하였다. 북쪽 당국자들은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처했을 때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측 기업인이나 근로자들이 온갖 불편과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해 헌신한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개성공단이라는 특수지역의 특수사업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헌신성과 진정성을 통해 이제 개성공단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쪽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을 취하기 위해서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이 아님을 북쪽 당국자들도 조금은 더 확실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이명박대통령도 현재 남북관계의 당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지속 필요성을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들 역시 이같은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향후 개성공단에서의 남북간 상생공영 경험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북측 당국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