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관장 편 ② “비가 오는데 신기하게 옷이 하나도 안 젖어요”

11월 추수감사절 어린이 합창곡이 정해지자 아이들은 박자 음정 가사까지 틀리지 않으려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르며 모두들 열심이었다. 처음 서게 되는 합창 무대여서인지 다른 어느 때 보다도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중3 겨울 방학 때가 떠올랐다.

세종문화회관 합창 무대에 서기 위해 기장신앙촌에서 한 달간 합숙하며 연습했을 때의 기억,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가고파’ 등 주옥 같은 한국, 외국 가곡 등을 배우고 익히며 합창하는 내내 기쁘고 즐거웠던 좋았던 기억들이 새롭기만 하다. 천국은 음악이 끊이지 않는 세계라는 말을 절로 실감하게 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추수감사절 합창 단원 아이들과 합창 연습을 하는 시간만큼은 보람되고 은혜로웠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처음 합창을 하게 된 아이를 신앙촌 캠프장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는 캠프를 무척 가고 싶어 했으나 거리가 멀고, 너무 어리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낸 적이 없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님께서는 허락해 주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몇날 며칠 부모님을 졸라 허락을 받고 신앙촌 캠프장에 처음 가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를 데려가게 되어 정말 기뻤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 날 꼭 참석해야 할 몇 몇 아이들이 오지 못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신앙촌을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처음 신앙촌에 온 아이와 신앙촌 곳곳을 둘러보고 설명을 해 주었다. 신앙촌 폭포를 지나 레스토랑을 지나 자전거 보관소 앞을 지나는데 아이가 갑자기 “관장님 비가 와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게 개인 날에 무슨 비가 온다는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비가 오는데 신기하게 옷이 하나도 젖지가 않아요”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다시 한번 자세히 하늘을 보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비가 보이지 않았다.

생명물 받는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아이는신기해하며 “관장님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요 근데 여기가 어디예요?” 라고 물었다. “이곳은 생명물을 받는 곳이란다.” 신앙촌에 처음 온 아이는 그 날 이슬성신을 체험 한 것이다.

평소 아이는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면 신기해하며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친구들 전도에도 열심이었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말 ‘감사’
감사는 드리면 드릴수록
감사드리는 일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감사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고 마음을 밝게 만들고
겸손함이 우러나오게 만드는 것

그 해는 추수감사절 유년 합창과 천부교 체육대회라는 큰 행사가 있어서 다른 어느 해보다도 무척 바쁜 한해였다. 그리고 무척 감사한 해였다.

어떤 아이는 체육대회를 통해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서서히 하나님을 깨닫게 되었고, 평소 신앙의 선을 그어 놓고 그 선 이상은 더 넘지 않고 정지되어 신앙의 발전이 없었던 여청 선생님은 마음을 열고 하나님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감사’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하나님께 구하는 시간도 소중하고 귀하지만 이제는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뛰는 시간과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감사는 드리면 드릴수록 감사드릴 일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또 감사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고 마음을 밝게 만들고 겸손함이 우러나오게 한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는 관장님이 되겠다는 지연이, 교회에 올 아이들을 위해 운전도 해주고 하나님의 말씀을 알려주는 말씀 관장님이 되겠다던 현주, 신앙촌에 있는 시온식품과학고에 입학하고 싶다던 유진이, 천부교회 관장님이 꿈이라는 다영이 등 아이들의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예쁜 마음을 통해 나는 오늘도 큰 힘을 얻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 예쁜 아이들이 끝까지 마음 변치 않고 나오기를 오늘도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 드려본다.
/마산교회 학생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