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당성당發 코로나 포비아(Phobia, 공포증) ‘2차 대유행’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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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1,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코로나 2차 대유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수도권 확산세가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자 방역 당국은 ‘신천지 때보다 훨씬 더 큰 위기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둑 위에 선 마음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확산을 통제하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코로나 포비아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 위기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6배 높아진 전파력은 성지 순례단부터

GH유형은 타 유형에 비해 전염력이 월등히 높다.

현재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 GH형은 지난 4월 경북 예천의 성지 순례단 집단 감염부터 발견되고 있으며, 신천지 집단 감염 당시 발견됐던 V형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평균 6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례로 경기 지역 학교에서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6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비해 8월 보름간 발생한 확진자가 42명에 이른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 수도권 깜깜이 환자는 고양시부터

고양시의 최초 집단 감염지인 원당성당과 이후 감염이 발생한 교회들간의 거리.

높은 전파력과 더불어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몰린 수도권에서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의 비율은 11.6%에 달해 그전 2주보다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러한 깜깜이 전염이 시작된 곳 중에 하나가 경기도 고양시였다.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일어난 지역이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깜깜이 환자가 서울과 강원도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깜깜이 감염이었던 롯데리아 직원 감염은 고양시 거주 롯데리아 점주가 1차 전파자였다.

고양에서 처음으로 집단 감염을 일으킨 곳은 원당성당이다. 고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반석교회發’ ‘기쁨153교회發’ 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는데 사실 이들 교회보다 한 달 앞서 바이러스 발원지가 된 곳이 원당성당이다.

원당성당發 바이러스는 빠르게 전파됐다. 7월 2일 첫 확진자(고양 64번)가 발생한 이래로 딸과 손녀가 차례로 확진됐으며, 첫 확진자와 함께 식사 모임을 가졌던 성당 신도들도 코로나에 감염됐다.

감염자들이 성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자주 미사에 참석하며 파주 파티마평화의 성당까지 가서 모임을 가지면서 확진자는 순식간에 13명으로 불어났다. 역시 신도인 72번 확진자는 성당 감염 조사에서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려야 했지만 접촉자(77번 확진자)를 누락시켜 조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원당성당發 바이러스는 강력했다. 원당 성당의 첫 번째 확진자인 70대 여성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10일 만에 코로나19에 의한 폐렴 악화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응급대원은 방호복을 완전히 착용한 상태로 이 환자를 불과 몇 시간 이송했을 뿐인데 결국 전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 전염에서 더욱 강력해진 코로나는 이른바 ‘N차 감염’을 일으키며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반석교회의 경우, 교회 신자 → 신자의 직장(어린이집) → 어린이집 원생 → 원생의 가족 → 가족의 지인으로 연결돼 5차까지 감염되었다. 각 전염 단계마다 이동 경로와 연결 고리가 공개되어 국민들은 ‘반석교회發’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원당성당發 바이러스의 경우, 2차 감염자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지 않았고, 국민들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경로를 알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팬데믹 상황에서 사망자의 발생은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원당성당 사망자는 단 한 곳의 지방 신문사에서 지면 보도했을 뿐이다.

◈ 단 1명이 2차 대유행 부를 수도…

고양시의 최초 집단 감염지인 원당성당과 이후 감염이 발생한 교회들간의 거리.

제한적 확진자 정보는 역학 조사를 지연시키고 시민의 불안을 더욱더 키우게 된다. 최근 코로나 재유행과 더불어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동선을 일부 비공개 처리하자,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등록되었다.

고양시 또한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거의 공개하지 않자 시민들이 불만과 불안감을 쏟아냈다. 고양시의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로나를 멀리하기 위해 알아야 할 권리도 있다.” “더 자세한 동선까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고 무섭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은폐는 공포를 부른다. 진정한 코로나 포비아는 감염 자체보다 감염 사실 은폐에 있다. 한 명의 얼굴 없는 살인마가 지역 사회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은폐된 바이러스 전파자 한 명이 2차 대유행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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