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
얼마 전 모 신문사 특별취재단이 한국 언론 최초로 북한의 수도 평양에 있는 금수산기념궁전(錦繡山記念宮殿)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김일성의 사체가 미이라로 영구보존돼 있는데 취재단은 외랑(外廊) 입구에서 신발 바닥을 소독하고 기념궁전 본관 내부로 들어섰다고 한다.
궁전 안에서 흰 대리석으로 조각한 6~7m 높이의 김일성의 입상(立像)이 나타나자 주민들은 3~4명씩 줄지어 경배를 하는데 안치실에서 투명 유리관 안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누워 있는 김일성에게 발치와 왼쪽 옆에서 경례를 하고 머리 쪽을 돈 뒤 다시 오른쪽 옆에서 경례를 했다. 라이언 배런 BBC 기자는 북한의 이런 모습을 보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신’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북한 금수산 기념궁전의 여성 안내자의 설명을 인용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은 그야말로 살아서도 죽어서도 변하지 않는 태양신과 같은 존재이다. 김일성이 태어난 날은 ‘태양절’로 제정됐고, 북한 전역에는 3만 5천개의 김일성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성경적 의미의 우상 숭배는 창조주 하나님이 아닌 피조물을 신으로 경배하는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우상 숭배는 모세가 십계를 받기 위해 시내산에 머물러 있는 사이, 기다리다 지친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고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우상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신으로 섬겼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모독하는 큰 죄로 치부되는 우상 숭배는 무엇인가에 의지하고싶은 인간의 나약함과 몽매함이 빚어내는 결과이다. 김일성의 동상을 만들어 놓고 절하는 북한 사람들을 보노라면 21세기 문명사회에 남아있는 유일한 우상 숭배의 모습을 보는 기이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