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시대의 어제와 오늘
1945년 8월 6일, 미국의 B-29 폭격기에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4톤짜리 폭탄 한개는 세계사를 바꾼 핵무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핵무기는 인류가 일찍이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다.
본토를 요새화하고 최후의 1인까지 항전하겠다던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8일 만에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 원폭의 힘으로 전쟁은 조기에 종결되고 수많은 인명의 손실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알게 된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은 상호간의 ‘공포의 균형’을 통해 세계 3차대전을 막고 ‘불안한 평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핵무기 시대의 개막으로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은 각각 수만 개의 핵무기를 비축하였으나 정작 핵무기의 공포는 두 초강대국이 정치적 이념적 분쟁을 자제토록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미국의 밀밭에 숨겨진 사일로 속에서, 북대서양 심해의 소련 핵잠수함 속에서, B-52 전략 폭격기에서 각각 상대방을 겨냥한 무수한 핵무기는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서로가 입을 ‘대량 파괴’의 참상을 일깨워 냉전이 열전(熱戰)으로 치닫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핵무기의 등장으로 2차 세계대전이 조기에 종결되고 세계평화가 유지되었지만, 그 핵무기가 다시 사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 인류양심의 공통인식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류의 간절한 원망(願望)은 테러조직과 이른바 ‘불량 국가’의 등장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가 가진 파괴력만을 선망(羨望)할 뿐, 그 파괴의 결과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과 북한 등은 핵무기를 보유하여 국제사회에서‘강성 대국’의 대접을 받을 유혹에 빠져 핵 보유를 열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 보유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이자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60년 전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굴복시켜 우리민족에 해방의 감격을 가져다 준 핵무기가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송두리째 흔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 핵무기의 역기능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것은 우리 젊은 층 사이에 만연된“설마 북한 핵무기가 동족에게 위협이 되겠느냐?”하는 순진한 생각과 북한 핵무기도 ‘민족의 자산’이라는 식의 허망한 ‘민족 공조론’때문이다.
북경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이 열리고 있으나 주변국들의 노력에 못지않게, 우리가 먼저 한반도에 핵무기의 불행한 파괴력이 존재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