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부인과 이인선 교수 건강 칼럼(5)

감기몸살의 한방지표
발행일 발행호수 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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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연락이 왔는데 한방 교수님들이 맞으러 오지 않자 혹시 연락이 빠진 것은 아닌지 확인 전화가 와서 웃은 적이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차고 건조해지는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감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한의학 문헌에는 “邪氣所注 其氣必虛”(사기소주 기기필허)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나 병균, 급격한 기후의 변화와 같은 것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반드시 그 사람의 기(氣) 즉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그 사람의 저항력이 약한 것이 선행 원인인데, 심지어 유행성 독감과 같이 침투력이 매우 강한 균의 경우에도 모두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 몸이 약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이 자주 오실오실 한기가 들고 몸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감기는 외부의 급격한 기온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몸의 기혈순환에 장애가 오거나 음양(陰陽)의 평형이 깨어져서 오는 것인데 혹은 외부 기온의 변화에 의하지 않고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체의 음양평형이 깨어져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를 흔히 ‘몸살났다’라고 한다.

감기나 몸살을 잘 하는 사람에는 크게 허실(虛實)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몸의 저항력이 약해서 오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은 피곤하거나 무리하면 목이 간질거리고 코가 막히며 감기기가 오는데 때로 열이 나거나 팔다리가 쑤시기도 하며 감기만 오면 비염으로 변해 오래 동안 낫지 않아 고생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평소에 건강을 관리하고 특히 환절기에는 피로를 피하는 등 주의해야 한다. 만약 감기에 걸리면 몸의 생기(生氣)를 저해하는 소염 항생제 보다는 원기를 돕는 약을 써야 빨리 감기가 나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몹시 쓰고 나면 몸살이 나는 사람이 있다. 이는 화(火)가 몰려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편도가 잘 붓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며 구갈(口渴) 두통 변비가 온다. 이런 사람이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반적으로 체력저하가 와서 조금만 무리해도 몸의 여기저기가 편치 않는 등 만성 허약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료는 몸에 울체된 열을 풀어 기혈순환을 고르게 해주어야한다. 만약 충분히 열을 제거하지 않으면 가슴에 열이 몰리면서 만성비염 해수 천식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가을은 천기(天氣)가 건조하고 차므로 호흡을 할 때 코 기관지 폐의 점막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유난히 이맘때에 감기 기침 비염과 같은 질환이 잘 발생한다.

감기나 몸살을 한방으로 치료할 때는 환자의 평소 건강상태와 현재의 병세 등을 고려하여 초기 단지 코나 목에 이감(異感)이 있고 몸이 오슬오슬 한기가 들 때는 가볍게 사기(邪氣)를 흩어주는 치료를 하지만[발산(發散)시키는 방법] 저항력이 약해진 허약한 사람의 경우는 크게 보하는 약을 써야만 낫는 경우가 있고, 열이 몰린 사람은 쌓인 열을 내려주는 약을 써야하는데, 첫 번째 경우는 일반적 감기약으로도 잘 낫지만 뒤에 말한 두 가지 경우는 빨리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약을 복용해도 오래도록 낫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잘 감별하여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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