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부인과 이인선 교수 건강 칼럼(12)

대하
발행일 발행호수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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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50대 초반의 부인이 냉(冷)이 많고 외음부가 가려운 증세가 치료를 하여도 좀처럼 낫지 않는다고 찾아 왔다. 진찰하여 보니 혀에 백태(白苔)가 가득하였고, 얼굴은 희며, 손발이 차고 추위를 싫어 하였다. 또한 이전부터 소화가 잘 되지 않았고 대변이 굳지 않으면서도 항상 시원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비신양허(脾腎兩虛)로 인한 대하인데 소화기능이 약하고 몸이 찬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소화기능을 보하여 주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흔히 대하라면 성기의 감염 등으로만 보고 서양의학적 약물치료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데,대하가 인체의 병적 상황의 한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원인에 따른 정확한 한방치료로 국소증상인 대하뿐 아니라 이와 동반되는 전신증상이 함께 치료되는 예가 많다.

대하는 자궁,질 등의 여성생식기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말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가임기의 여성은 배란일이 가까워지면 분비물이 증가하는데 이를 생리적 대하라 부른다. 그러나 월경주기와 무관하게 항상 대하가 있거나,혹은 양이 너무 많은 경우,그리고 대하의 색이 탁하고 악취가 나는 경우 병적인 대하를 의심하게 된다.

병적인 대하는 ①여성생식기의 병적인 변화(염증,종양 등)로 인한 대하,②병적인 변화는 없으나 난소의 내분비 기능장애나 자궁후굴의 경우에 나타나는 기능성 대하로 크게 나누고 있다. ①의 경우 병변의 종류, 원인균 등을 찾아내어 이를 제거함으로써 치료를 기대할 수 있으나,특별한 원인균이 발견되지 않는 만성염증이나 기능성 대하 또는 이에 속발된 염증의 경우 근치가 어려우며 재발하는 예가 허다하다.

한의학에서는 국소의 증상인 대하를 전신적 병적 상황의 한 표현으로 보고 전신적 질병을 개선시키는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며,대하는 이 과정 중에 저절로 소실된다. 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은 먼저 위에 예를 든 부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소화기가 허약하거나, 아울러 몸이 냉할 때 대하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소화불량 및 이와 동반될 수 있는 증상-헛배가 부르거나 배가 차고 변이 고르지 못하며,기력이 없고 손발이 차며 몸이 잘 붓고,간혹 어깨가 무겁고 저린 통증이 오기도 하는데 한방치료로 이러한 제반 증상이 함께 소실된다.

또한 폐경이후에 냉대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놀라고 부끄러워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런 병리변화로 나이들어 신기(腎氣)가 허약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때는 요통,관절통,상체에 열이 오르는 느낌,손바닥과 발바닥에 열이 나고,불안감,불면,어지러움증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가장 흔한 대하의 원인은 여성생식기 주위에 염증으로 인한 것이며, 자궁근종과 같은 생식기 이상이 있는 부인의 경우에도 냉이 많아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의원을 찾기 보다는 양방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습열(濕熱)이나 어혈(瘀血)로 인한 대하로 보고 치료하는데, 급성 염증의 경우는 빨리 적절한 약제를 사용하여야 하지만,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염증의 경우는 원인에 따라 습열이나 어혈을 제거시키는 약을 투여하여 완고한 대하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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