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집회에서 이슬같은 비가 내리고 성신의 불이 퍼져나가

김복동 집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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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5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에서 7남매 중 여섯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소학교를 졸업한 저는 군복을 생산하는 피복창(공공 기관의 제복 등을 만들거나 수선하여 보관하는 곳)에 취직해 기술을 익혀서 봉제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 가정을 꾸리던 1950년, 남편과 아이들이 충남 공주의 큰집에 가 있는 동안 6·25 전쟁이 발발하여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 혼자 피난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단신으로 부산에 정착한 저는 광안리 육군 부대 산하의 피복창에 근무하면서 직원들이 많이 다니는 군인 교회에 나갔습니다.

한참 눈물을 쏟으며 회개의 기도를 하고 고개를 드니
단상에 서신 하나님 양 옆에 천사 한 명씩이 서서
하나님 움직이시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보여

그러던 1955년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은퇴 목사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즈음 서울 도심에서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큰 부흥집회를 하신다면서, 그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체험하며 벙어리가 말문이 트이고 앉은뱅이가 걷게 되는 등 놀라운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면 박 장로님께서 부산에 오시는데 본인은 몸이 노쇠해 그 집회에 못 가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면서 저더러 꼭 참석해 은혜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목사의 권유로 집회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저는 집회가 열리는 부산 공설운동장을 찾아갔습니다.
공설운동장에 도착해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천막이 가설되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유명한 부흥강사의 집회에 자주 참석했던 저였지만 그토록 많은 인파가 몰린 광경은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아! 여기 진짜 무엇이 있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이 앉은 사람들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계속 앞으로 뚫고 들어가 앞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들것에 실려 온 환자들이 많이 보였으며, 제 양옆으로는 30대 젊은 여자인 벙어리와 앉은뱅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감색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으신 박태선 장로님께서 등단하셨습니다.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뵙는 순간 ‘참으로 귀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히 경외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힘찬 음성으로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 나의 생명이 되신 주~” 하는 찬송과 “마음에 가득한 의심을 깨치고~” 하는 찬송을 오래도록 반복해서 인도하셨습니다. 같은 찬송을 수십 번씩 불러도 지겹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손뼉 치며 찬송을 부르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집회장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찬송 소리와 우레 같은 박수 소리로 떠나갈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찬송을 부르는 중에 가느다란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천막 안에 웬 비가 쏟아질까?’ 생각하며 제 옷을 만져 봤더니 뜻밖에도 전혀 젖은 데가 없이 보송보송해서 저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찬송을 인도하시던 박 장로님께서 단상 위의 책 받침을 들어 힘차게 내리치시는 순간, 거기서 놋대야만 한 둥그런 불덩어리가 확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사방의 사람들에게로 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찬송을 부르는 동안 눈물이 계속 흐르며 갖가지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전에 나쁜 마음을 먹고 못된 생각을 했던 일들이 되살아나는데, 일부러 기억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죄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그 죄를 가슴 깊이 뉘우치는 눈물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몇 년 동안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저였지만 그토록 진실한 기도를 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한참 눈물을 쏟는 동안 가슴속에 무겁게 쌓여 있던 것이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가족과 헤어진 후로 가슴에 쌓아 두었던 슬픔과 외로움이 펑펑 쏟는 눈물에 씻겨 버린 것처럼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단상을 바라봤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에 서신 박 장로님의 양옆으로 눈이 부시도록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한 명씩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광채가 빛나는 천사들이 박 장로님께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가시면 왼쪽으로 따라다녔습니다. 깜짝 놀라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마찬가지였으며, 저는 그 신기한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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