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을 부르는데 향긋한 냄새가 진동하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껴

김선비 집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424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5년 황해도 장연군 해안면 부성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대농이었던 저희 집은 사촌 형제와 일꾼들까지 스무 명이 넘는 식구가 함께 농사를 지었습니다. 아버님은 오랫동안 구장(區長)을 맡아 하셨으며 할아버지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 작은 학교를 세우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에 살면서 여유 있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 후 열아홉 살에 결혼한 저는 6·25 전쟁 때 시댁 식구들과 함께 피난을 내려왔습니다. 인천을 거쳐 부산으로 왔는데 보수동 피난민촌에 살면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북에서 빈손으로 내려온 데다 남편이 전쟁 통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시부모님과 네 살 된 아들이 굶는 지경이 되어 저는 궁리 끝에 국제시장에 나가 장사를 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지었던 저는 장사가 서툴고 어려웠으며 그날그날 벌어서 먹고사는 생활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1955년 5월의 어느날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며 들떠 있어서 물어보니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유명한 분이
드디어 부산에 오셨다고 해

그 즈음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감리교회에 같이 다니자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시며 교회에 다니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의 간곡한 권유에 못 이겨 감리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가끔 새벽예배에 가자고 할머니가 깨우시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목사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찬송을 부르는 것이 지루해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1955년 5월이었습니다. 국제시장에 장사를 하러 갔더니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가 들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공설운동장에서 부흥집회를 하셔서 그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집회를 크게 하시고 아주 유명하신 분인데 드디어 부산에 오셨다고 했습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상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장은 집회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저는 부흥집회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집회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옆에서 장사하는 엄 집사님이 집회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날 장사를 마친 후 따라가 보았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병자들은 일어나라!` 하고 외치자 여기 저기서 병자들이 일어나
병이 나았다고 하는 중에 `벙어리가 말을 해요!` 하는 소리에 쳐다 보니
20대 벙어리 아가씨가 더듬더듬 말을 하는 순간 모두들 손뼉을 치며 환호해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넓은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겨우 맨 끝에 앉았더니 저 멀리 단상이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잠시 후 신사 분이 단상에 올라오시자 제 옆에 앉은 사람들은 저분이 박태선 장로님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힘찬 음성으로 찬송을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교회에 다니면서도 찬송을 잘 몰랐는데, 박 장로님께서 한 가지 찬송을 계속 반복해 부르셔서 가사를 외우게 되었습니다.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 나의 생명이 되신 주” 그 찬송이 좋아서 자꾸 부르고 싶었습니다.

찬송을 부르고 설교 말씀을 듣다 보니 어느새 예배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저녁예배를 마친 후 집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집회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다음 날 새벽예배 시간을 기다리며 찬송을 부르거나 기도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또 잠시 후면 목사들이 단상에 올라가서 은혜 받은 체험담을 이야기한다며 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저도 남아서 찬송을 부르고 체험담을 듣고 싶었지만 다음 날 일찍 장사를 나가야 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장사를 마치자마자 집회장으로 달려가
한참 찬송하고 있을 때 갑자기 향긋한
좋은 냄새가 진동하고 몸이 둥둥 뜨듯이
하늘에 날리는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져

이튿날 장사를 마치자마자 엄 집사님과 같이 집회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예배 시간에 박 장로님께서 힘차게 손뼉을 치며 찬송을 인도하셔서 저도 손뼉을 치며 찬송을 따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한참 찬송하고 있을 때 갑자기 향긋하고 좋은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몸이 아주 가벼워져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닥에 손을 대 보면 분명히 앉아 있는데 몸이 하늘하늘 날리는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찬송을 부른 후 박 장로님께서 “병자들은 일어나라!” 하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 무슨 병이 나았다고 하는데 저는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자리에서 “벙어리가 말을 해요!” 하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20대 젊은 아가씨가 일어서 있었습니다. 그 아가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분명히 말을 못 하던 벙어리였는데 지금 말문이 열려서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아가씨는 사람들이 불러 주는 대로 “어-엄-마” “아-빠-아” 하며 더듬더듬 따라 했습니다. 벙어리가 입을 열어 “하-나-님” 하고 말을 하는 순간 모두들 손뼉을 치며 환호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시간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시며 하루의
첫 시간인 새벽이 하나님께 드리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씀 하셔

설교 시간에 박 장로님께서는 시간의 십일조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감리교회에 다니며 수입의 1/10을 드리는 것이 십일조라는 말을 들었는데, 시간의 십일조는 처음 듣는 말씀이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는 시간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시며 하루의 첫 시간인 새벽이 하나님께 드리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하루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정성껏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선비 집사님 신앙체험기)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