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반도 안보환경

발행일 발행호수 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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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최선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은 머지않아 한강 이남으로 이전 배치되며 주한미군은 탄력적으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미군의 재배치는 중장비로 무장하고 특정 지역에 묶여있는 종래의 미군체제를 경무장으로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게 기동화 하자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르는 것이므로, 한반도의 안보환경에 대하여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한미 당국은 강조하였다.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이루어져 한강 이북에 미군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면 우선 이들이 상징했던 ‘인계철선’ 개념이 사라진다. 북한이 남침할 때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했던 ‘인계철선’ 기능은 그 동안 ‘인질론’으로 비판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젊은이들의 피로 한국을 지킨 한국전쟁의 역사를 잊어버린 한국의 젊은이들이 반미를 외치는 마당에, 자국의 젊은이들이 한국 방위를 위한 ‘인질’이 된다는데 미국민은 거부감을 가졌을 것이다.
해외 미군의 재배치가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미국의 한 신문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다른 목적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욕구는 한국이 이라크 특정 지역의 치안 유지를 위해 사단급 전투병력을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것에 의해 고무됐다”고 보도하고 주한미군 감축의 주된 이유는 제2보병사단 병력 1만7000명이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의 추가 파병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미국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시기에 나온 이와 같은 보도는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정부관계자는 현대전이 과거처럼 진지전(陣地戰)이 아니라 기동전(機動戰)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재배치, 감축된다 하더라도 우리의 안보상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애써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수행 방식이 달라지고 한미 양국의 전력증강계획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대북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이 실현될 경우 대북 억지력이 약화되고 경제적인 대외신인도가 저하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백만이 넘는 지상군을 미국의 해공군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와 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이 그들에게 어떠한 오판의 빌미를 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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