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과 정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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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500 억원을 수수한 것을 인정하였다. 비단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이 액수의 차이는 있어도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하였을 것이다.

그 동안 기업인들은 불법 정치자금을 주지 않겠다고 여러 번 선언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기회만 있으면 돈 안 드는 정치를 표방하고 정치 개혁을 한답시고 반성과 결의를 간단없이 반복했음에도 번번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SK그룹의 손길승 회장은 SK가 한나라당에 건넨 1백억원에 대해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민주당에 1백40억원을 주고 한나라당에는 8억원 밖에 주지 않았는데, 집권을 눈앞에 둔 한나라당에 괘씸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한다. 대한상의가 기업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3%가 불이익이 두려워 정치 자금을 내고, 3%만이 반대급부를 바라고 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과 정당들이 입으로는 깨끗한 정치를 떠들면서도 대기업과 기업인들을 겁박하여 불법 정치자금을 뜯어내고, 기업인들은 돈을 바치고 특혜를 얻어 나라를 망쳐 왔다. 최근에는 그 규모와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개인적인 착복까지 하는 등 망국적 조짐을 보였다. 국민은 정치 개혁을 정치인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생선가게의 고양이에게 생선을 먹지 말라고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이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권력이 불법을 비호하였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의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엄청난 불법에 대하여 검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검찰은 단 한 번도 대통령의 비리나 대선자금과 같은 정권의 비리에 손을 대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된 모습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검찰은 대통령 측근의 실세를 구속하는가 하면 여야의 대선 자금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등 전례 없이‘성역 없는 수사’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찰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검찰의 좌우명대로 오직 ‘법과 원칙에 따른’검찰권의 행사로 정치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검찰의 수사로 경제에 지장이 있다는 대기업의 엄살도 들어줄 필요가 없다. 불법행위에 대한 호된 고통을 기업회계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 기업의 참된 경쟁력을 갖추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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