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自主)’와 ‘주체(主體)’

발행일 발행호수 2191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요즈음 우리가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어 온 말이 ‘자주’ 혹은 ‘민족끼리’라는 말이다. ‘자주’의 개념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우리의 ‘자주’가 북한의 ‘주체’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주체’도 ‘자주’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또한 ‘남조선의 적화통일’을 그 강령으로 하고 있다. ‘민족 자주’ ‘민족 공조’ 등 ‘자주’로 위장된 정치선전을 통하여 남한의 대북 경계심과 정신무장을 이완(弛緩)시키고 반미, 친북 분위기를 최대한 조성하여 주한 미군철수를 관철시킨 후 적화통일의 혁명과업을 완수한다는 것이 북한의 변치 않는 대남 통일전선전략이다.

‘자주’의 깃발아래 좌경 친북세력이 남한 사회에 늘어나면서 반공 교육도, 방첩 활동도, 주적 개념도 사실상 사라지고 국가의 정체성마저도 흔들릴 정도이다.

북한은 지금 막다른 위기에 몰려 있다. 인민이 먹고사는 경제는 파탄이 난 지 오래일 뿐 아니라 자력 해결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애초에 각 개인에게 인센티브와 동기부여가 없이 오로지 혁명열기에만 매달린 공산체제 하에서 경제의 파탄은 불가피 했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오직 선군(先軍)정치로 체제 유지에만 명운을 걸고 있는 북한 체제 아래서는 경제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마약 밀수, 위조화폐 등 불법행위와 미사일 발사, 핵 보유 위협 등으로 북한은 세계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벼랑 끝에 이른 북한이 금융 제재로 숨통을 압박해 오는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다음에는 어떤 불장난을 할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6·25 전쟁의 체험이 없고 물질적 풍요로 인해 평화무드와 웰빙 추구에 젖어 있는 남한의 젊은 세대들에게 ‘자주’와 ‘민족끼리’라는 달콤한 말을 주입하는 일방, 핵 위협을 병행하면서 남한을 북한의 볼모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북한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오직 주한미군 뿐이다.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북한정권은 전쟁을 일으킬 수가 없다. 그들이 만일 전쟁을 일으킨다면 주한 미군의 대대적인 반격을 받아 북한 정권의 붕괴와 소멸을 초래하고 말 것임을 그들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모든 노력과 공작의 초점이 주한미군 철수에 집중돼 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고 있는 많은 국민의 염려도 그것이 ‘자주’의 이름 아래 가장 효과적인 대북 억지수단인 한미연합사(聯合司)의 해체로 이어지고 나아가 주한미군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의 개념을 논함에 있어 북한의 ‘주체’에 이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진정한 민족주의자였던 김구 선생이 ‘민족’과 ‘자주’에 대한 뜨거운 일념으로 김일성을 만났다가 오히려 공산주의자인 그에게 이용만 당하고 만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