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資源) 민족주의를 경계한다
최근의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우리나라 경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심각한 주름살을 가져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CRB지수는 2001년 187이던 것이 최근 260까지 올라가 약 40% 상승했다. 석유가격은 같은 기간 55%, 구리는 93%나 올랐다. 철광석, 알루미늄, 동, 아연, 펄프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였는데 앞으로도 25% 안팎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인 실물경제의 회복과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의 대규모 원자재 싹쓸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60년대 석유수출국들이 단결하여 OPEC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대두된 자원민족주의는 70년 무렵부터 석유 가격을 수십 배 인상함으로써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국제 원자재 파동을 일으켜 각국에 큰 경제적 침체를 가져왔다.
원자재 파동이 일어나면 산유국과 미국, 소련, 캐나다, 호주 등 자원부국은 물론이고 후진 자원보유국인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콩고 등은 입장이 강화되며, 자원은 없지만 선진 기술력을 가진 서구와 일본 등은 국가 경쟁력으로 극복해 나간다. 문제는 자원도 없고 기술력도 뒤떨어져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이 허약한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자원소비국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석유, 유연탄, 우라늄, 동 뿐만 아니라 철광석 등 산업용 주요 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경제의 사활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원자재 파동이 수요의 과다로 인한 국제 시장원리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자원 보유국들이 언제 어느 때 자원을 무기화 할 지는 알 수 없다.
오늘날의 세계는 동서의 문명 충돌과 종교 전쟁으로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민족주의에 회귀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는 국민생활의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에너지자원과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하여 중동의 산유국은 물론 아시아의 자원수출국인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과의 자원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우리의 자본과 기술로 자원보유국에 진출하여 직접 해외자원을 개발하는데도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자재 파동을 우리의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길러 앞으로의 재앙에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