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리비아를 따를 수 없나?

발행일 발행호수 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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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두번째 6자회담이 끝났지만, 이번에도 북핵문제 해결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였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차기 회담 일정을 잡은 것 등을 두고 진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평가하였으나 이는 북핵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다.
 
리비아가 핵 개발 대신에 국제질서에의 복귀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을 때 세계는 북한도 리비아의 예를 따라 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이루어 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가 핵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지렛대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리비아도 핵 개발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를 추진해 왔으나 9.11 테러 이후 전개되는 미국 주도하의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핵을 포기하는 것이 자국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북한에는 인민의 이익보다도 더욱 중요한 ‘체제’가 있고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불가침의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리비아의 예를 따를 수가 없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하여 2010년쯤이면 년간 8~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렇게 되면 북한 핵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 국민이 된다.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 공조’를 주장하지만 핵무기를 개발한 후에는 한국을 인질로 하여 경제원조와 한미동맹 파기를 비롯한 온갖 것을 강요할 것이다. 북한이 현재 미국에 요구하는 대북 적대정책 포기란 것도 사실상 미국의 단독 불가침 보장,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포기(CVID)’를 북한에 압박하고 있다. 이미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우라늄탄 개발을 시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핵동결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플루토늄 재처리까지 강행한 북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에도 미·북 간에서 ‘중재안’을 내고 북한의 ‘변호인’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은 너무도 북핵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한심한 태도이다. 정부가 북한의 핵폐기 ‘약속’만으로 미국을 대신하여 년간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지원을 북한에 하겠다고 나섰는데 북한의 ‘약속’을 과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북핵 문제는 ‘중재’ 따위로 해결될 수 없는 국가 생존의 문제임을 재인식하고, 오직 한미 동맹강화의 일관된 전략으로 북핵 폐기의 강력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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