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공화국’ 과 국가의 책임

발행일 발행호수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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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드디어 자살 예방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살 문제는 더 이상 국가가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증가율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이다. 자살로 죽은 사람은 2005년에만 1만2천 여 명으로, 2000년의 6천 여 명에 비해 2배로 불어났다. 하루에 33명 꼴로 자살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의 1.5배 수준으로 국민 사망 원인 중 4위를 기록하고 있어 가위 ‘자살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올 법 하다. 이쯤 되니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년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종래 우리 나라에서는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인식되어 자살로 인한 모든 비난은 자살자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자살 문제를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적인 병리 현상으로 간주하고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세우고 관리해 왔다. 핀란드가 ‘자살 예방 국가전략’을 도입해서 자살자 수를 15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정부는 자살 예방 종합 대책으로 생명 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전화 상담 요원을 증원하며 자살자들이 마시는 농약의 농도를 하향 조정하고, 자살방지 펜스 설치 같은 것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살자들의 대부분은 경제 문제 즉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대책은 너무도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자살자들 10명중 2명은 월 소득 100만원 이내의 극빈층이고, IMF위기가 닥친 지난 1998년 자살자는 전년 대비 무려 43% 급증했다. 또 경제불황이 가중 되었던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자살이 각각 25%씩 늘어났다. 이런 수치는 생활고가 자살자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잘 보여준다.

경제 문제 이외에 청소년들의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이다.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좋아 하는 가수 탤런트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모방 심리가 만연하는 것이다. 국가는 청소년들이 비뚤어진 생각을 갖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치는 유해 인터넷 사이트의 차단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이 문제를 관리함으로써 자살 증가율을 급격히 줄일 수 있었다. 국가가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방치한다면 경제 불황기에 자살로 내몰린 사람들은 국가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는 ‘살 맛 나는 사회’를 건설하여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경제를 활성화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노인, 정신질환자 등 어려운 환경에 속한 사람들을 배려하여 최소한의 생활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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