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한 미소로 한없는 기쁨과 은혜를 주시던 하나님
진하옥 집사(4) / 기장신앙촌그 즈음 이웃집에 사시는 50대 후반의 권사님이 폐병으로 숨을 거두어 입관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시신 위에 덮어 놓았던 홑이불을 들추니 시신은 뼈에 가죽만 걸친 앙상한 모습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례반 권사님이 생명물을 적신 타월로 이마에서부터 닦아 내려가자 어느새 살이 채워지면서 앙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기 좋은 모습으로 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기 전의 볼품없이 마른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의 권능을 깊이 깨달으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을 처음 뵙는 순간 모든 번민과 괴로움이 사라졌고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분명히 깨우쳐 주셨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세월을 살아와
그 후 1962년 7월부터 덕소신앙촌 건설을 시작하셨으며 저는 그해 12월 31일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육이오전쟁의 후유증으로 그때까지도 비참한 경제 상황이었는데, 강변 언덕에 세련된 양옥집이 들어선 덕소신앙촌은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제가 제과 공장 서무로 일할 당시 재건빵이 돌풍적인 인기를 얻어서 남자 소비조합원들의 자전거 부대가 새벽부터 줄지어서 물건을 실어 갔습니다.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니 생산 창고에서 제품을 출하하는 담당자는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각 공장에 OX 경쟁을 시키시며 이긴 쪽에게 오버와 양복, 각종 생필품까지 푸짐한 상품을 주셨습니다. 생산자는 로스(loss)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자는 깨끗하게 하면서 포장량을 많이 올리며, 관리직은 책임을 다하면서 짬짬이 현장 일도 돕는 등 선의의 경쟁 속에서 각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던 1963년 4월, 소비조합으로 활동하시던 어머니(故 곽경애 권사)가 돌아가셔서 입관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뻣뻣하게 굳었던 시신이 생명물로 닦자 나긋나긋 부드러워지면서, 시집가는 새색시가 단장한 것처럼 뽀얗고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곱게 눈을 감으신 어머니를 바라보며 제 마음에서 이별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언제든지 저를 믿어 주시고 뒷받침이 되어 주시던 어머니. 속으로 ‘어머니, 시집오는 날 이렇게 예쁘셨어요?’ 하고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다가, 상중에 웃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체면상 자제하였습니다. 그 귀한 은혜에 감사하며 평안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보내 드릴 수 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부산 기장에 제3신앙촌이 건설되면서 하나님께서 매일 비행기로 왕래하시며 건설을 진두지휘하셨습니다. 공장 지대가 완공되어 덕소신앙촌 생산 공장이 옮겨 가게 되었는데, 많은 공장 중에서 수예 공장이 1차로 이동되었기에 미소 공장(조미료 공장) 서무였던 저는 짬짬이 기계 수를 배워서 나도 3신앙촌에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퇴근 후 수를 배우려고 수예 공장 뒷정리하는 곳으로 가고 있을 때, 홍영표 천부장님이 저를 급히 찾으셔서 달려가 보니 기장신앙촌 수예부 서무로 불러 주셨다면서 내일 곧바로 내려가라고 하였습니다. 어리둥절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네, 내일 떠나겠습니다.” 하고는 바로 짐을 싸서 다음 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때가 1971년 1월 21일이었습니다.
기장신앙촌에서는 만 평이 넘는 1동 건물의 2층에 수예, 메리야스, 양재 공장 등이 칸막이 없이 들어서서 마치 하나의 공장처럼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수십 개 공장의 생산과 판매를 일일이 체크하셨을 뿐 아니라 주일마다 서울 지역의 중앙 전도관에서 순회 집회를 하시는 등 몸이 만 개라도 모자랄 일을 홀로 감당하셨습니다. 수많은 교인들이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무(無)에서 1·2·3 신앙촌을 건설하신 하나님. 오로지 가지들을 위하셨던 땀과 희생과 사랑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50여 년 전 천막집회에서 하나님을 처음 뵈었던 때를 떠올려 봅니다. 인간에 대해 절박한 의문을 끌어안고 고민하던 그 시절, 하나님을 뵙는 순간 저는 모든 번민과 괴로움이 사라져 버리고 확신과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분명히 깨우쳐 주셨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지나온 시간 어느 한순간을 떠올려 보아도 감사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인자하게 미소지으시며 한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은혜를 부어 주시던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에게 주신 길을 다 가는 그날까지 오직 하나님 뜻대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