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촛불을 끌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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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대한민국이 온통 쇠고기와 촛불 집회에 매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FTA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한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간단히 개방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촉발했던 것이다. 그 동안 켜든 시민의 촛불들은 하나의 거대한 파워를 형성하여 한 달 동안 온통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놀란 정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광우병 위험이 크다는 30개월령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 위해 한·미 수출입 업계의 자율합의를 유도하고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쇠고기는 정부가 나서서 검역 과정에서 반송·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한국에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또 대규모 인사 쇄신책도 마련 중이다. 소위 ‘강부자’ 내각으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샀던 인사에 대한 쇄신 차원에서 도덕성과 위기관리 능력이 훨씬 나은 인물로 대거 물갈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민심의 무서움을 깨우쳐 주었으면 이제는 촛불을 끄고 정부가 실질적 대책과 쇄신책을 내놓을 시간을 주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다.

우리는 지금 촛불시위로 더 이상 우리의 힘을 소모할 여지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 석유 위기, 곡물 위기, 기후 온난화 문제 등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더욱 엄중한 시련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촛불시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경제 살리기는 더 멀어 질 수밖에 없다. 국민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지 않으면 연이어 닥치게 될 제2, 제3의 국가적 위기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수출 덕택이었고 앞으로도 수출을 계속해야만 우리는 살 수가 있다. 인구 4700만 명, 면적 10만㎢의 자원 빈국으로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늦게나마 서둘러 한·칠레 FTA를 체결했고 최근 한·미 FTA를 마무리 하려하고 있다. 이번 쇠고기 파동이 자칫 한·미 FT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를 태우는 결정적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만을 옳다고 하고 자기의 생각만을 끝까지 관철하려 든다면 민주주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하고 만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진실로 겸비한 자세로 국민 두려운 줄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하며, 정치가들은 시류에 편승하여 자신의 입지를 회복해 보려는 비겁한 행태를 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그 길을 소신 있게 추구해야 한다. 특히 막강한 힘을 가진 언론매체들은 무책임한 선동적 편파방송을 일삼는 악습을 버리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이제 촛불을 끄고 다음 시련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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