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관장 편 ① ‘임원’이란…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희망을 꿈꿉니다. 어린 아이들이 깨끗한 흰 도화지를 받고 무슨 그림을 그릴까 설레임과 떨림이 있듯 새해는 그런 설레임이 있습니다. 지난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도, 완전히 망쳐 버린 그림을 그린 사람도, 미완성된 그림을 그린 사람도 이제는 아쉽지만 새로운 깨끗한 도화지를 받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새로운 구상을 하듯 새해는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실천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수원천부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유년부 고학년 아이들의 마음은 떨림과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그 이유는 2월에 임원을 뽑는다는 말에 꽤나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수, 토, 일요일 예배참석하기, 봉사활동하기, 전도, 심방 하기 등 임원이 되려면 꼭 해야 하는 일들이라며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같이 제단청소를 하다가도 은근히 저에게 물어봅니다.
“관장님! 언제 임원 뽑는다고 하셨지요?”
너무나 속이 보이는 질문이지만 그렇게 물어 보는 아이가 왠지 귀엽습니다. 보란 듯 더욱 비질을 열심히 합니다. 임원의 진정한 의미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하나님의 직분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철없고 부끄러웠던 제 여청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내기 여청시절 저는 과분한 직분을 받았습니다. 그 직분이 얼마나 귀하고 큰 축복이라는 것도 모른체 주교부장, 여청회장까지…
감사함보다는 버거워하며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너무 무겁게 느꼈기 때문에 다음 해에는 직분 없이 일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새해가 되자 관장님께서는 저에게 임원 하길 권고하셨습니다.
저는 냉정하게 “저 직분 안 받고 일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고 몇 번을 설득하셨지만 얼음장 같이 굳어있던 제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고 더욱 완강하게 거절하였습니다.결국 관장님은 저의 그런 모습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며 직분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한동안은 직분이 없지만 나름대로 반을 맡고 반사활동을 하며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다른 일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생겼고 겨우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주일 낮 예배조차 드리기 힘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 후 두 달이 되어 제자리를 찾아갔을 때에는 제가 맡고 있던 반 아이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예쁜 아이들이 저로 인해 나오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했습니다.
어느 날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하나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직분이 곧 축복이다’하신 말씀이 생각나며 내가 직분을 놓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손에서 하나님과 연결된 일들이 술술 빠져버리고 세상과 연결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듣던 말씀이었지만 그 때 만큼은 정말 저에게는 새로운 말씀을 대하듯 너무나 두렵고 떨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죄송했습니다.
‘못난 죄인이 하나님의 귀한 직분 주심을 감사하며 거기에 내가 맞추어 가야하는데 교만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깨닫게 해 주심도 감사했습니다. 직분을 받는 것도 큰 축복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그 직분을 잘 감당하는 모습이야말로 하나님의 큰 은혜를 받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요일 고사리 손으로 방석 정리며 신발 정리를 하는 유년부 임원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수원교회학생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