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복음’의 등장

발행일 발행호수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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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지하에 묻혔다가 1700여년 만에 발굴된 이른바 ‘유다복음’(Gospel of Judas)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유다복음’의 등장이 전통적 기독교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구약의 하나님은 사실은 (하나님 행세를 하는) 마귀”라고 주장하는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자들이 기록한 복음서이기 때문이다. ‘유다복음’에는 또 종래의 기독교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롯 유다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기독교에서 예수를 배신한 인물로 저주의 대상이 된 가롯 유다가 ‘유다복음’에서는 ‘배신자’가 아니라 ‘영웅’이라고 기술돼 있다.
 
‘유다복음’을 기록한 영지주의자들은 기독교 초기인 1~2세기에 ‘신령한 근원에서 흘러나온 인식(認識)’, 즉 단순한 믿음이나 이성적인 지식보다 우월한 ‘영적 지식’을 강조했던 교파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일레인 페이젤스 교수에 의하면 여기서 ‘영적 지식’이란 곧 ‘참 하나님’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들은 ‘영지’를 통해 창세기의 하나님은 가짜라고 지적하는 놀라운 예지(叡智)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대 기독교 교권주의자들은 영지주의자들을 이단으로 몰고, 그들이 쓴 복음서를 ‘사악한 교사(敎師)’들에 의해 쓰여 진 이단의 가르침이라며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그 결과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몇몇 문서만을 정경(正經)으로 하여 성경을 꾸민 기독교는 ‘가치 있는 고대 종교문헌 중 극히 일부만을 후세에 남기는 어리석음’을 범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과 ‘유다복음’을 이단으로 몰아 잔혹한 핍박을 가해 역사에서 사라지게 한 기독교는 정작 8차에 걸친 십자군전쟁과 마녀사냥으로 무수한 인명을 살육하는 ‘광기의 역사’를 남기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악령(惡靈)의 역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기독교에 의해 이단문서로 분류되어 사라졌던 ‘유다복음’은 그동안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서기 180년 무렵 프랑스 리옹의 주교 이레니우스를 통해 그 존재 자체는 알려져 있었다. 이 문서가 최근 이집트의 사막에서 발견되었고 과학자들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가속기질량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이 문서에 사용된 파피루스와 잉크 등이 서기 3~4세기 때의 것임을 밝혀냈던 것이다.
 
땅속에 묻혔던 ‘유다복음’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창세기의 하나님’의 정체성과 인간과 구원 문제 등에 관하여 ‘유다복음’과 기독교의 성경 사이에 논란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기독교와 완전히 상반된 내용을 기록한 ‘유다복음’의 존재가 증명되었고 기독교계의 일부도 그 해석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애써 “별다른 해석과 대안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유다복음’이 던진 근원적인 의문점들은 성경의 해석을 둘러싸고 더욱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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