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불감증에 빠진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린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비해 현저하게 열세인 무기 지원을 서방에 호소하면서 돈바스 전장은 유럽에서 최악의 참극 현장이라고 말했다. 관련 매체들의 전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동부전선에서 연일 1000여명의 군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자료를 보면, 5월 말까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국외 난민의 숫자만도 680만 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국제질서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서방과 러시아·중국·북한 등 독재국가 진영으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코로나(COVID-19) 사태로 멍든 세계 경제가 유가 폭등, 식량부족, 인플레 등에 직면하고 안보지형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푸틴처럼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통해 1인 종신 지배체제의 구축을 앞두고 있는 국내정치적 상황은 중국 대만침공의 데자뷰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의 인구 40만 명 도시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마리우폴의 처참한 모습은 전쟁의 참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도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1년 우크라이나는 독립 당시 구소련제 핵미사일 176개와 핵탄두 1800기의 핵보유국이었다. 그 이후 1994년 핵 포기를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를 체결하고 핵무장을 해제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는 역사적인 실수였다는 내부의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마치 폭죽 놀이하듯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며,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치고,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위성 관측 자료를 보면 북한이 7차 핵실험 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정비를 이미 종료하고, 4번 갱도를 정비하는 활동이 관측됐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종전과 전혀 다른 차원이다. 만일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면 전술핵이 된다. 북한의 전술핵은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비대칭적 무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는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먼저, 동맹체제의 강화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핀란드·스위스 등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움직임은 동맹국이 공격받을 시 조건 없이 전쟁에 가입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동맹체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외교력을 발휘해 나토 회원국이 됐더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를 위한 무기대여법’(Lend-Lease Act) 2022’를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어, 자주국방 확립의 중요성이다. 자주국방은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이며,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번 러시아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시 세운 전쟁계획은 3일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잃은 후 지도자 이하 국민들이 각성해 자주국방의 역량을 길러왔고, 러시아를 상대로 절대 물러서지 않는 전 국민적 결사 항전의 의지를 불태워 동맹국들의 협력을 끌어 내게 됐다.
끝으로, 내부 체제의 정비와 쇄신을 통한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사회 확립이다. 세계 2위의 군사 대국이라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무기체계와 군대조직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를 보듯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란 두말 할 나위 없이 내부 체제의 정비와 쇄신이 키워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