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과 공과

유호열 /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정치학박사
발행일 발행호수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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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유호열 /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정치학박사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대북정책이다. 햇볕정책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절정을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후 남북간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그리고 동해선과 경의선이 연결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발전의 배후에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면 부정하는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되었다.

햇볕정책의 제1차적 목표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이 밝혀진 후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햇볕정책의 전제조건을 부정한 것으로 이제 햇볕정책은 그 과오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햇볕정책의 두번째 목표는 북한을 변화시켜 진정한 남북관계의 개선과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의 민족적 숙원을 완수하는 것이다. 북한의 실패한 체제와 정책을 개혁과 개방을 통해 변화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9년간 북한은 이런 저런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결국 핵실험과 같이 전통적 대결정책을 반복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된 폐쇄체제를 고수하고 있을 뿐,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조금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세번째 목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닦는 것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남북관계의 양적 증대를 과대 포장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저해했고, 남북관계의 개선은 실종되었다.

이처럼 햇볕정책은 스스로 설정한 원칙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였다. 현실적으로 북한 정권의 물리적 교체가 한반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면 해결 방안은 북한 당국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북한은 선의에 의한 유화적 접근으로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정책을 바꾼 사례가 없다. 북한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정책 전환을 단행한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경우에 마지못해 그렇게 한 것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일방적인 햇볕정책보다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계획(PSI)에도 정식 참여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정책적 대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추진했던 남북간 화해노력과 교류협력사업을 전면 중단하거나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남북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노력도 병행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신 대북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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