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없는 포퓰리즘 경계해야

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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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민을 앞세우고 서민을 위한다는 것,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닐 터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노선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지나치게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으로 흐르는 것은 문제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소득세 감세철회를 공식화한 데 이어 반값 등록금, 전월세 상한제 등 민감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그런 선심성 공약은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평등’ 구호에 의지하는 책임 없는 야당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 반값 등록금)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포퓰리즘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게 됐다.

반값 등록금의 경우 청와대는 지켜보겠다는 태도지만 내심 떨떠름한 표정이다. 재원마련에 대해선 황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면 철회,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선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재원마련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나온 구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전세물량이 부족해서 빚어진 전세난인데, 가격까지 규제하면 물량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따라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시 임대료 폭등, 민간 임대주택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세입자들의 표를 얻겠다는 욕심에 한마음이 되어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지역 상인들이 불평한다고 유통산업발전법(SSM규제법) 제정을 추진하고,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을 윽박질러 값을 내리게 하려는 발상도 통하는 게 현실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게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다.

이렇게 가다간 정부의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포퓰리즘 정책은 필연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게 된다. 조세 저항 때문에 세금을 못 올릴 경우, 국가부채가 늘어나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 파탄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은 지난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반작용으로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선까지는 1년 남짓 남았고 대선은 1년 반도 더 남았다. 그런데도 벌써 이렇게 선심성 공약과 정책들이 튀어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기상천외한 정책들이 봇물 터지듯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이 표만 의식해 설익은 정책을 남발할 경우 나라는 거덜나게 될 것이고 국민부담은 커져만 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능력과 전문성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과 실현가능성을 고려하는 등 진지한 고민 끝에 내놓는 정책만이 진정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 모름지기 그런 정당이 수권능력이 있는 책임있는 정당일 것이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하는 ‘표(票)퓰리즘’ 정치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바른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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